장-미셸 오토니엘의 ‘정원과 정원’

에디터. 김지아 자료. 서울시립미술관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이 오는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에서 개최된다.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오토니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신화에 기반한 현실과 환상, 미래의 꿈을 엮어 경이의 세계로 이끄는 매력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특히 유리와 같은 재료를 사용해 현대미술에서 도외시되어 온 공예적 제작 방식이 지닌 의미와 다양한 가능성을 확장한 바 있다. 1992년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파리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행사에서 전시했다.

 

장-미셸 오토니엘, 2021 ©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이번 전시는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의 전시 이후 최대 규모로,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주요 작품 74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온 공공 야외 설치작업의 연장선에서 ‘정원’을 매개로 미술관과 이어지는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구성이다.

 

덕수궁 정원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작가는 서울 전시를 위해 꽃과 물, 불꽃과 영원을 표현한 다채로운 작품을 제작했다. 자연과 서사, 상징이 어우러진 한국의 고궁과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덕수궁을 전시 장소로 결정했으며, 궁의 역사와 자연을 모티브로 스테인리스스틸 구슬 위에 금박을 입힌 ‘황금 연꽃’을 설치했다. 같은 장소에서 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는 마치 소원을 적어두는 ‘위시 트리’처럼 열망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야외 조각 정원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미술관 양쪽 입구에 설치된 ‘바벨의 매듭’과 ‘상상계의 매듭’은 작가가 선보여 온 매듭 연작의 일환으로, 거울 처리된 구형 모듈을 통해 보는 이와 주변 환경을 모두 담아낸다. 이는 곧 현실에 있되 세계 안과 밖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시적 우주를 일깨우는 ‘미’의 상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장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푸른 강’(부분), 2022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1층 전시장에서는 모뉴멘털 설치작 세 점을 만나볼 수 있다. ‘푸른 강’은 인도의 유리 장인들과 협력해 제작한 유리 벽돌 7,500여 장으로 구성된 바닥 설치 작품이다. 오토니엘의 유리 벽돌은 멀리서 보면 빛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미세한 기포와 불순물이 섞여 있어 아름다움의 현실적 취약함과 꿈의 상처를 가늠케 한다.

 

‘프레셔스 스톤월’, 2021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유리 벽돌을 부조로 설치한 ‘프레셔스 스톤월’은 1969년 뉴욕에서의 스톤월 항쟁과 관련한 오마주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 시기 경험을 연장한 시리즈다. 미니멀한 형태와 불꽃처럼 일렁이는 반사광은 시간과 목표가 상이한 두 개의 사건에 개개인이 발휘한 극복 의지와 해방감을 상징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장 전시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천장에 매달린 조각은 3차원 공간에서 풀어지지 않은 채 무한 변형을 거듭할 수 있는 매듭을 일컫는 수학 용어 ‘와일드 노트’다. 이는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주장한 상징, 상상, 실재계 간의 관계를 참고해 2015년경부터 발전시킨 매듭 연작이다. 서로를 비추고 관계하며 무한한 변형을 거듭하는 상징, 상상, 실재의 세계는 오토니엘의 미학이자 우주관이며 관객과 나누고자 하는 비전이다. 

 

‘아고라’,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오라클’,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조형물을 공간에 걸고 펼치고 쌓는 과정에서 작가는 자연스레 건축적 공간에 도달했다. ‘아고라’는 2,750개의 스테인리스스틸 벽돌로 만들어진 움막 형태의 설치 작품으로, 관객이 들어가 앉아 쉬거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자 내면에 방치된 꿈과 상상의 세계를 되찾는 묵상과 대화의 장소로 마련됐다.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오라클’은 마치 암호화된 메시지처럼 보인다. 오토니엘은 작품에 대해 “나의 작업에는 강렬한 신탁적 존재가 서려 있다. 작업에는 직관적인 무언가가 있지만 동시에 신의 계시나 명령 같은 것 또한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관람객은 작가가 제시한 ‘오라클’이라는 수수께끼를 풀며 미래에 선보일 작업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전시명.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일시. 
2022년 6월 16일(목) ~ 8월 7일(일)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 전시실 및 야외조각 공원, 덕수궁 연못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후원. 
크리스챤 디올 뷰티, 현대카드 

협력.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

관람료.
– 서소문본관: 무료(외국인 포함)
– 덕수궁 입장료(내국인 기준): 성인(만25~만64세) 1,000원, 만24세 이하 및 만65세 이상 무료, 한복 착용자 무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무료
– 덕수궁 입장료(외국인 기준): 소인(7~18세): 500원, 대인(19~64세): 1,000원, 6세 이하 및 65세 이상 무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무료, 한복 착용자 무료

관람시간.
– 서소문본관: 화요일-금요일 10:00-20:00, 토, 일, 공휴일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매월 마지막 수요일 22:00까지 연장
–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 연중무휴 24시
– 덕수궁: 매표 및 입장시간 09:00~20:00, 관람시간 09:00~21:00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2-2124-8944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