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플댄스장이 된 갤러리, ‘줄리안 오피’展 부산 오픈

에디터. 윤정훈  자료. 국제갤러리 

 

부산 국제갤러리가 경쾌한 스텝 밟기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영국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속 걷는 사람들에 매료되어 친숙하고도 매력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그가 걷기가 아닌 다른 동작에 주목했다. 다름 아닌 제자리에서 달리는 듯 리드미컬한 발재간이 특징인 셔플댄스가 그것.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지난한 일상을 친근한 예술로
줄리안 오피는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예술가다. 앤디 워홀을 잇는 팝 아티스트라고도 여겨진다. 흔한 픽토그램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굵은 선으로 단순화된 사람들. 그는 다양한 도시 속 분주한 행인들의 모습을 다양한 이미지, 영상, 조각 등으로 선보여 왔다. 줄리안 오피라는 이름은 생소해도 그의 작품은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서울스퀘어 파사드 전면을 캔버스 삼아 선보인 미디어 아트 ‘군중Crowds’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팝아트가 된 셔플댄스
줄리안 오피 버전의 ‘춤추는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기간에 탄생했다. 틱톡과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빠른 비트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고, 그는 간단하고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에 매료되어 춤 동작을 창작의 모티브로 삼기로 했다고. 셔플 동작이 팝아트 작품으로 구현되기까지는 오피의 딸의 공이 컸다. 댄서로 활동 중인 딸의 도움을 받아 함께 동작을 고안하고 이미지로 구상함으로써 한층 증폭된 율동감과 생동감을 선사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부산이라 더욱 특별한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 부산뿐만 아니라 인접한 F1963 석천홀까지 확장해 개최된다. 폐공장이었으나 건축가 조병수의 손을 거쳐 리노베이션된 다이내믹한 구조의 공간에서 줄리안 오피의 작품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부산 전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부산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시리즈(‘Walking in Busan. 5.’)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 오피는 종종 자신의 전시가 열리는 도시에서 포착한 이미지로 작품을 제작해 해당 지역 그리고 관객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보지마세요, 경험하세요
관람의 흥미를 돋우는 참여형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줄리안 오피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해운대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러닝머신을 설치, 관객들이 직접 작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했다. VR을 활용한 작품도 선보였는데, 고글을 쓰는 순간 칸막이뿐인 전시장이 줄리안 오피가 구현한 가상세계로 변모한다. 단순히 이색적인 체험을 꾀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눈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것이 디지털 디바이스라는 문제적 현상에 주목하고 그 인지 과정의 차이를 작품을 통해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현실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작업세계를 구축해온 줄리안 오피. 그의 작업이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는 새로운 대상과 낯선 형식의 결합을 주저하지 않는 태도 때문 아닐까. 전시는 7월 2일까지.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전시명.
줄리안 오피 개인전 ‘OP.VR@Kukje/F1963.BUSAN’

주최.
국제갤러리

일시.
2023년 5월 3일(수) ~ 7월 2일(일) 

장소.
국제갤러리 부산점, F1963 석천홀

관람료.
2,000원

홈페이지.
www.kukjegallery.com

문의.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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