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작은 방주’ 개막

에디터. 윤정훈  자료. 국립현대미술관 MMCA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금속 몸체. 옆구리에 바짝 붙은 날개가 서서히 들리며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깊은 바다 혹은 너른 하늘을 항해하듯 금속의 움직임은 웅장하고도 유려하며, 정교한 부품 하나하나는 생명체의 관절을 연상케 한다. 이렇듯 살아 숨 쉬는 기계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끝없는 욕망으로 방향을 상실한 시대에 최우람이 내놓은 ‘작은 방주’다. 

 

최우람, ‘작은 방주’, 폐종이박스, 금속 재료, 기계 장치, 전자 장치(CPU 보드, 모터), 210x230x1,272cm, 2022. <사진 제공=MMCA>

 

지난 9일,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가 개막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이불(2014), 안규철(2015), 김수자(2016), 임흥순(2017), 최정화(2018), 박찬경(2019), 양혜규(2020), 문경원&전준호(2021)에 이어 2022년에는 최우람이 선정됐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왔다. 기계에는 그러한 인간의 욕망이 집약되어 있으며, 그것이 없는 일상을 상상하면 아득해질 정도로 기계는 우리가 가장 의지하는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지 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의 모습을 대변하고 은유하는 존재인 것이다. 예술가 최우람이 다름 아닌 기계에 천착하는 이유다. 

 

최우람 작가 <사진 제공=MMCA>

 

최우람은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생명체anima-machine’를 제작해왔다. 살아 호흡하는 듯 기묘하게 작동하는 그의 작품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내포한다.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 움직임에 있다는 점과 기술의 진보에 따른 기계 문명에 인간 사회의 욕망이 집약되어 있다는 점은 작가가 키네틱 작업을 구상하게 된 시발점. 최우람의 작업은 인공적 기계 매커니즘이 생명체처럼 완결된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생명의 의미와 살아 있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2013년 이후 최우람 작가가 10년 만에 서울관에서 다시 선보이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설치 및 조각 12점, 영상 및 드로잉 37점을 포함한 총 53점이 전시되었는데, 네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이다. 서울관의 상징적 보이드 공간인 서울박스, 5전시실과 복도에 세 가지 주제로 펼쳐진 작품들은 인간의 모순된 욕망과 그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 오늘날 닥친 재난과 위기에 답을 찾는 여정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작은 방주’ <사진 제공=MMCA>

 

길이 12m에 달하는 ‘작은 방주’(2022)는 폐종이박스, 지푸라기, 방호복 천, 폐자동차 부품 등의 일상적 소재에 최첨단 기술을 융합한 대형 설치작이다. 검은 철제 프레임에 좌우로 35쌍의 노를 장착하고 노의 말미에 흰색을 칠한 폐종이상자를 덧대 큰 배 혹은 ‘궤’를 연상케 하는 오브제를 제작했다. 작품은 서서히 노를 들어 올리며 장엄한 군무를 선보이는데, 노의 앞뒤가 바뀌면서 출렁이는 흑백의 물결이 앰비언트 사운드와 결합하면서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팬데믹 이후 흔들리는 사회를 보며 훗날 인류에게 방주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작은’ 방주라는 이름은 그곳에 누가 탈지 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차별과 선택, 끝없는 욕망을 모두 담을 수 없다는 한계를 시사한다.

 

최우람, ‘무한 공간’, 거울, 유리, 금속 재료, 기계 장치, 전자 장치(CPU 보드, 모터, LED), 196x96x66cm, 2022. <사진 제공=MMCA>

 

외에도 위아래로 움직이는 지푸라기와 원탁을 활용해 차지하려 할수록 더 얻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을 표현한 ‘원탁’(2022),  코로나19 의료진의 방호복 소재로 제작된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하나’(2020), 폐차 직전 자동차에서 분해한 전조등과 후미등이 재조합되어 별처럼 빛을 발하는 대형 원형 조각 ‘URC-1’(2014)와 ‘URC-2’(2016)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에는 신체를 이루는 그 어떤 요소도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어떤 면모와는 무척 닮아 있다. 전시는 내년 2월까지. 

 

최우람, ‘하나’, 금속 재료, 타이벡에 아크릴릭, 모터, 전자 장치(커스텀 CPU 보드, LED), 250x250x180cm, 2020. <사진 제공=MMCA>
최우람, ‘URC-1’, 현대자동차 전조등, 철, COB LED, 알루미늄 레디에이터, DMX 콘트롤러, PC, 296x312x332cm, 2014. <사진 제공=MMCA>
최우람, ‘원탁, 알루미늄, 인조 밀짚, 기계 장치, 동작 인식 카메라, 전자 장치, 110x450x450cm, 2022. <사진 제공=MMCA>


전시명.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후원.
현대자동차

일시.
2022년 9월 9일(금) ~ 2023년 2월 26일(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박스, 5전시실 및 복도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 화, 목, 금, 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수, 토)

관람료.
서울관통합권 4,000원

홈페이지.
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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