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의 시대가 만들어낸 집의 양상들, ‘모던의 시대 우리 집’ 출간

에디터. 김지아  자료. 모요사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소위 ‘모던’의 시대 집은 기이한 공존의 공간이었다. 근대화와 식민지, 전쟁을 거치며 급격한 변화를 겪은 근대 한국의 주거 공간은 그야말로 혼종의 풍경 속에 있다. 서양식 응접실과 일본식 다다미 방, 장판을 깐 온돌 안방이 한 집에 공존하기도 했던 시기, 마치 집 속에 국경이 그어진 듯한 장면. ‘모던의 시대 우리 집’은 한국 근대의 또 다른 표상인 ‘집’에 주목한다.

 

<사진 제공 = 모요사>

 

근대 건축을 비롯한 문화유산에 관한 글을 써 온 작가 최예선은 모던의 시대가 만들어낸 집의 특성들을 이야기한다. 정원, 벽돌집, 도시 한옥, 양관, 가구, 적산 가옥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전통도 서양도 아닌 절충과 변용의 형태를 조명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건축사적인 언어 대신 삶에 맞닿은 일상의 언어로 모던 시대의 일상을 살뜰히 복원한다는 것.

책을 여는 첫 번째 공간은 바로 정원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원은 이미 멀어진 지 오래인 곳이지만, 모던 시대 문인과 예술가들은 정원을 가꾸는 데 힘을 쏟곤 했다. 작가 이태준이 애지중지 꽃나무를 키우던 수연산방, 이효석 수필의 배경이 된 낙엽을 태우던 정원 등을 소재로 그 시절 정원의 의미를 되짚는다.

근대의 풍경을 이루는 주거 양식 ‘벽돌집’을 다루는 방식 또한 흥미롭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근대 벽돌 건물인 번사창에서부터 한옥과 양식의 절묘한 만남이 돋보이는 선교사들의 집, 근대 벽돌 건축의 대명사인 명동 성당, 김수근의 공간 사옥까지 서양식 ‘쌓기’와 한국식 ‘세우기’의 예술이 빚어낸 근대 벽돌 건축의 현장을 토대로 ‘무너지고 쌓고 무너지고 다시 쌓는 마음’을 말한다.

관념으로 익숙하나 몸으로 낯선 한옥을 조명함에 있어서는 ‘북촌 한옥’이 중심이 된다. 도시형 한옥이 등장한 시기를 돌아보며 작은 모던 한옥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에게 지금 삶의 해답을 들려줄 한옥은 19세기의 전통 한옥이 아니라, 도시의 삶에 맞춰 실험하고 발전해 온 20세기의 모던 한옥들이다.

변화하는 삶의 방식과 사는 공간 사이의 괴리를 줄이고자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 모던의 시대가 안긴 흔적들은 다가올 시대의 집을 향한 유의미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명.
모던의 시대 우리 집: 레트로의 기원

저자.
최예선

출판사.
모요사

발행일.
2022년 4월 5일

판형 및 분량.
140 x 205mm, 384쪽

가격.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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