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컬렉터의 소장품을 만나는 시간, ‘울리 지그 중국현대미술 컬렉션’ 展

에디터. 정경화  자료. 송은문화재단

 

중국현대미술 작품을 꾸준히 수집, 210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을 구축한 스위스 출신 컬렉터가 있다. 울리 지그Uli Sigg는 중국현대미술이라는 개념이 채 형성되기 전부터 40여 년 넘게 작품을 모았다. 그 컬렉션의 일부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전시가 열렸다. 송은이 2021년 신사옥으로 이전한 후 여는 첫 번째 해외 컬렉션전 ‘SIGG : Chinese Contemporary Art from the Sigg Collection’이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 제공=송은문화재단>

 

한 국가의 작품을 수천 점 수집한다는 것, 심지어 그중 3분의 2는 2012년 홍콩 M+ 뮤지엄에 ‘기증’했다. 그는 어쩌다 이렇게 국가 규모로 이뤄져야 할 일에 개인 컬렉터의 몸으로 뛰어들게 됐을까?

“1970년대 후반, 당시 일하던 스위스 기업인 쉰들러엘리베이터에서 베이징 지사의 설립을 추진했어요. 그 일을 맡게 되면서 처음 중국 땅을 밟았습니다. 중국에 대해 잘 몰랐고, 알고 싶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죠. 그때는 감시가 일상적이었고 이동도 자유롭지 않았어요. ‘어쩌면 현대중국미술을 통해 이곳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쉰들러는 중국에 최초로 합작법인을 설립한 회사다. 일어난 적이 없는 사건이니 그가 이 일을 할 당시에는 법인 설립의 단계나 과정도 전무했다. 작품을 수집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는 갤러리나 아트 딜러가 없었기에 직접 작가를 찾아 다녔다. 백과사전을 만드는 자세로 역사가가 사료를 모으듯 현대미술의 모든 시기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구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중국현대미술의 정체성이 형성되었고 홍콩 M+ 뮤지엄에 1510점을 기증할 즈음에는 작품을 수집하는 기관도 많이 늘었다. 그는 점차 이전의 철학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축적한 600여 점의 컬렉션 중 스위스 큐레이터 베르나드 피비셔가 47점을 선별해 꾸려졌다. 컬렉터 개인의 취향과 중국현대미술의 타임라인이 함께 녹아든 결과물이다.

 

<사진 제공=송은문화재단>
<사진 제공=송은문화재단>

 

시대가 변하면서 중국 현대미술은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울리 지그의 컬렉션은 꾸준하고 연속적이기에 이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품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서구 문화와 고유의 전통이 혼재되는 상황, 폐쇄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그에 대한 메시지가 꾸준히 작품에 등장해왔다. 작가는 시대를 미러링하고, 컬렉터는 시대상과 취향을 기조로 작품을 수집하며 중국현대미술을 다시 한 번 미러링한다. 울리 지그는 이번 전시를 자신의 컬렉션이 아닌 중국의 현대예술 컬렉션으로 바라봐주기를 당부했다. 작가와 컬렉터, 큐레이터, 여러 레이어의 중첩을 거쳐 송은에 시착한 이번 전시가 한국 관람객에게는 어떤 잔상을 남기게 될까? 전시는 5월 20일까지,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제공=송은문화재단>
<사진 제공=송은문화재단>

 


전시명.
울리 지그 중국현대미술 컬렉션전 SIGG : Chinese Contemporary Art from the Sigg Collection

주최.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일시.
2023년 3월 10일(금) ~ 5월 20일(토)

장소.
송은(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관람료.
무료

SNS.
@songeun_official

홈페이지.
songeun.or.kr

문의.
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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