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술 한잔의 위로, ‘밤이 선생이다’ 개최

에디터. 윤정훈  자료. 우란문화재단

 

조선 시대에도 ‘혼술’ 문화는 있었다. ‘독작獨酌’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술과 함께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던 시절, 선비들은 혼자 술을 즐기며 차분히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보다는 일상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이상향을 발견하기 위해 홀로 술을 즐겼던 것이다.

돌아보면 술만큼 인간의 희로애락에 깊게 관여한 음식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과 가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통주는 한국의 기후와 환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적 소산이나 다름없다. 과도한 음주에서 비롯된 부정적 인식으로만 술을 보기엔 다소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는 것. 술과 음주 문화를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전시가 우란문화재단에서 열리고 있다. 고유의 전통이 담긴 문화유산으로서 술의 의미를 재해석한 ‘밤이 선생이다’ 전이 그것이다.

 

 

공예, 디자인,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 예술가 5팀(김경찬, 박성극, 오마 스페이스, 조덕현, 조성연)을 초청해 술 자체가 갖는 다양한 의미, 술과 함께 이어져온 풍류의 개념을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했다. 옛 사람들이 술을 대하는 태도가 현대 예술가들의 시선을 거쳐 흥미로운 볼거리로 재탄생했으며, 이는 지금의 술 문화를 반추하게 만든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몰입형 체험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전시는 본래 극장으로 활용되던 공간에서 선보인다.

 

<사진 제공=우란문화재단>
<사진 제공=우란문화재단>

 
한편, 전시 제목은 황현산 작가가 쓴 동명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에서 빌려왔다. 술과 밤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밤이 선생이다’의 원문은 프랑스 속담 ‘La nuit porte conseil(밤이 좋은 생각을 가져오지)’다. 어떤 고민에 빠진 사람에게 ‘한 밤 푹 자고 나면 해결책이 떠오를 것’이라는 위로의 인사를 건네는 말인 것. 낮에 일어난 일을 잊게 해주고 위로를 건네준다는 측면에서 밤과 술, 이 둘은 서로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사진 제공=우란문화재단>
<사진 제공=우란문화재단>

 

이렇듯 전시는 술의 전통적 가치를 되새기는 동시에 불안을 마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채워주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유 없이 적적하고 막막한 날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 깊은 밤 술 한잔의 위로가 필요하다면, 마트에 들르기 전 전시장 한 바퀴를 둘러보며 술이 선사하는 경험을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2월 24일까지.

 


전시명.
밤이 선생이다

주최
우란문화재단

참여 작가
김경찬, 박성극, 오마 스페이스, 조성연, 조덕현

일시.
2022년 12월 23일 (금) ~ 2023년 2월 24일 (금)

장소.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7길 11, 2층) 

운영 시간.
월 ~토 10:00 ~ 18:00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www.wooranfdn.org

문의.
070-4244-3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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