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피그건축사사무소 fig.architects
밝은 다세대주택은 오래된 붉은 벽돌의 다세대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원룸, 투룸, 빌라 등으로 불리는 다세대주택은 우리 도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주거유형 중 하나인데, 그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공간의 품질에 대해서는 그동안 관심이 덜 했던 것 같다. 20대의 대부분을 다세대주택에서 살았던 우리는 입주자들이 밝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집에서 조금 더 쾌적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세대주택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그 공간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설계에 반영했다.

공용부분 – 주출입구
주차장 출입구와 입주자의 출입동선을 분리하고, 도로변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주출입구를 계획했다. 입주자들이 도로에서부터 건물로 들어갈 때, 높은 공간감을 가지는 번듯한 출입구를 통해서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했다. 또한 각 세대를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구성하면서, 도로변에 면한 세대가 반층 높게 배치되는데, 그로 인해서 높고 시원한 진입공간을 형성할 수 있었다. 햇살이 떨어지는 노출콘크리트 벽과 시원한 진입공간, 높고 긴 주출입구는 필로티 주차장으로 채워지고 있던 동네에 새로운 가로경관을 형성한다.

공용부분 – 주차장
법정주차대수는 8대로 연접주차방식이 가능했지만, 자주식 주차장으로 계획했다. 도로를 향해서 시원하게 열린 주차장 출입구를 지나서 입주자들이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었으면 했고, 대지 전체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경형주차 1대를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공용부분 – 계단실
총 11세대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한 층에 3세대가 배치되어야 했다. 불필요한 복도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한 세대는 계단참에서 진입하는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배치했다. 그로인해 확보된 여유 공간은 입주자를 위한 마당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어두침침한 복도가 아닌 밝고 쾌적한 계단실에서 각 세대로 들어갈 수 있었으면 했고, 2층의 계단방향이 바뀌는 부분에는 큰 창을 두어 바깥의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전용부분 – 4-bay 세대
대지는 동쪽으로는 11미터 도로를 면하고 있고, 긴 변은 남향에 면하고 있다. 각 세대를 배치할 때, 대지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싶었다. 공간적 여유가 있는 11미터 도로변과 채광에 유리한 남향에 면해서 긴 형태의 4-bay세대를 배치하여, 실내 모든 공간에서 같은 조건의 채광과 환기, 조망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전용부분 – 중정세대
한 층에 3세대를 배치하는데, 도로변과 남향면에 각각 4-bay 세대를 배치하면서 남은 1세대는 조건이 다소 불리해지게 되었다. 대신 반층 아래 계단참에서 마당을 통해 진입하게 하여 단독주택과 같은 공간경험을 제공하고, 중정을 통해서 부족한 자연채광과 환기를 가능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중정세대는 4-bay세대와는 또 다른 장점을 갖는 세대가 되었다.
전용부분 – 주인세대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각 세대를 배치하면서, 최상층의 주인세대는 단독주택과 같이 입체적인 공간구성을 가질 수 있었다. 계단실에서 전용 마당을 통해 세대로 진입하게 하여, 단독주택에서 마당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이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마당에 면한 중정은 반층 아래에 있는 주인침실의 채광과 환기를 가능하게 하고, 아래층의 세대들과 웃으며 서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마당에서 실내로 들어가면 거실과 침실을 공간의 성격에 따라 반층 차이를 두면서 자연스럽게 분리시켰고, 박공지붕으로 인한 높은 층고의 거실 한켠에는 다락이 있어 입체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공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외장재료
처음 동네를 방문했을 때, 이 지역은 80,90년대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 단지였다. 신축하기 전의 이 집도 원래 붉은 벽돌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었다. 집들이 동네 뒤편의 야트막한 산과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이 좋았고, 몇십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동네의 고유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새로 집을 짓더라도 기존의 풍경과 잘 어울리기를 바랬고, 붉은 벽돌의 외장재로 이 동네의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했다.
사업성
다세대주택의 임대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때는 신축 직후이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월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신축 프리미엄은 다른 새집이 들어서고 우리집의 마감재는 낡게되면서 경쟁력이 없어지고, 사업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밝은 다세대주택처럼 공간적으로 장점을 가진 집은 그 가치가 더 오래갈 수 있다. 1년이 지나도 주출입구가 주는 기분 좋은 공간감은 그대로 일 것이고, 5년이 지나도 4-bay세대의 모든 공간에서는 같은 채광과 조망이 가능하고, 10년이 지나도 중정세대는 중정과 마당의 외부공간이 갖는 장점을 유지할 수 있다. 시간에 따른 임대료 하락가능성이 적고 그로인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