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유영 글 & 자료. 이데아키텍츠 IDÉEAA
하나이면서 셋
건축주는 210㎡ 대지에 건폐율 60%를 최대한 활용해 2층짜리 건물을 지어 주기를 바랐다. 또 하나의 요구 사항은 세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을 설계해 달라는 것이었다. 은퇴한 부모님과 아들, 딸 부부와 그들의 두 자녀, 그리고 임대 세대까지 세 가구를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였다.
보통 은퇴한 부모님을 중심으로 3대가 모여 사는 집의 경우, 하나의 주거 공간 속에서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주며 가족이 함께 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테트리스 하우스 건축주는 부모님과 딸 부부가 완전히 분리된 세대가 되기를 원했다. 별도 임대 세대를 위한 공간까지 마련해야 했기에 제한된 면적 안에서 세 가구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 오래 고민했다.
세 가구를 위한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다 보니, 각 공간에 거주할 건축주들의 의견도 서로 엇갈렸다. 부모님은 임대 세대를 직접 관리하며 평범하고 편안한 단층형 주택에서 살고 싶어 했으나, 딸 부부는 아파트에서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2층짜리 주택을 원했다. 이견을 조율하기 힘들어 보였으나, 서로 다른 생각은 오히려 건물의 콘셉트를 정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한쪽의 생각을 선택하기보다는 두 가지 생각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구성 개념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테트리스 형 트리플렉스
단순한 형태로 쌓인 2층 집으로는 두 가지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건물을 세로로 양분해 두 쪽 모두 2개 층을 갖는 듀플렉스 하우스로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한쪽은 두 개 층을 모두 사용하는 2층 집으로, 다른 한쪽은 아래쪽과 위쪽을 분리해 각각 임대 가구와 건축주 가구가 거주하는 형태로 설계했다. 문제는 건물을 세로로 양분하면, 한 세대가 가지는 수평 면적이 좁아진다는 것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건물 내부의 계단 공간을 최소화하고 심리적 공간감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했다.
딸 부부가 살게 될 2층 집은 층이 나뉘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계단 공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스킵 플로어 형태를 적용했다. 한 층의 공간을 절반 정도로 나눠 바닥 높이에 1.5m 차이를 두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하면 어린 자녀들이 두 층을 오갈 때 3m 높이의 가파른 계단을 한 번에 오르내리는 부담감을 덜게 되고,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듯 느껴지지 않으면서 시각적으로 모두 연결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스킵 플로어 방식으로 각 층 바닥이 나뉘는 평면의 가운데 부분에는 1층부터 2층까지 트인 조그만 오프닝 공간을 두었다. 이를 통해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1층까지 전달하고, 전체 건물이 하나의 공간으로 인지되는 효과를 거뒀다.
임대 세대와 부모님이 거주하는 듀플렉스 공간은 아래층과 위층에 각각 다른 출입구를 만들어 완전히 분리했다. 불가피하게 계단 공간이 발생하면서 생활 면적이 줄어드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완해야만 했다. 그래서 협소한 면적을 심리적 공간감으로 극복하기 위해 높은 층고를 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임대 세대는 4m 층고로 계획해 높은 거실과 복층형 다락으로 구성했고, 부모님 세대는 거실과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공간에 높이를 두어 공간감을 확장했다.
또한 단독으로 두 개 층을 사용하는 딸 부부 세대와 2층을 사용하는 부모님 세대 모두 옥상을 갖게 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두 가구가 옥상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로써 옥상은 온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 된다.
셋이면서 하나
셋으로 완전히 분리된 집이라는 개념은 한편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에서의 세대 분리와 같아 보인다. 이러한 일반적인 접근 방식에서 조금은 탈피하기 위해, 세대가 분리되기는 했지만 한 가족이 모여 한 건물에 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듀플렉스Duplex와 스킵 플로어Skip Floor, 더블 하이트Double Height라는 공간적 기법으로 내부를 다소 복잡하게 나누되, 외관은 온전한 하나의 건물로 인지되게 한 이유는 바로 그래서다. 외관은 간결한 박스 형태로 디자인했고 외부 마감재로 사용된 아연도금강판과 STO 외단열 마감은 일정 간격으로 분할된 줄눈으로 정리해 수직·수평으로 나뉜 내부 공간이 외부에서는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했다. 덕분에 이곳에 사는 세대는 ‘몇 층 몇 호’에 산다는 인식 대신, 건물 자체를 자신의 집으로 인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