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현경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무드에이 mood.a ARCHITECTS
세 가족을 위한 세 채의 작은 집
큰 딸 가족,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작은 아들 가족, 어머니의 여동생. 이렇게 각기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아오던 가족들이 그들의 공간을 떠나 각자의 집을 지어 같이 살아가기로 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가족을 위한 땅 찾기
가족을 위한 집짓기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자처한 큰 딸은 몇 달동안 땅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발견한 지금의 대지는 뒤로는 산이 감싸고 전면으로는 낮아지는 지형으로 북향이지만 해가 따뜻하게 비추었고, 가족 모두의 합격점을 받으며 결정됐다고 한다. 대상지는 인근의 도심 풍경과는 완전히 다르다. 제2 자유로에서 빠져나오면 갑자기 자연의 풍경이 펼쳐진다. 비닐하우스와 밭을 지나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래된 주택과 신축주택이 모여 포근하면서도 자연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나온다. 동네 아이들이 작은 골목으로, 뒷산으로 동네를 놀이터 삼아 뛰어노는 풍경이 이 동네의 첫인상이었다.

원래 밭이었던 대지는 3개로 분할해서 각기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대상지는 그 중 한 필지를 다시 3개로 분할해서 건축계획이 진행되었다.

세 채의 집, 작지만 같고 또 다르게
세 채의 작은 집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담길 원했다. 하나의 대지로 보고 세 동의 건물을 계획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집의 모습을 그려갔다.

약 150평의 땅은 접도를 위한 도로, 50평, 36평, 51평으로 분할되었다. 단독주택 용지로서는 작은 편에 속하는 대지이며, 건물 규모 또한 한 층의 면적이 12평에서 18평 사이로 매우 작은 편에 속한다. 협소한 대지로 인해 계획의 유연성은 적으나 이러한 제약조건이 설계의 주요한 계획 요소로 전환되기도 한다.
모든 실들은 최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갖고 남은 여유분은 복도, 계단 등의 공간이 스치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으로서 기능하도록 배분하였다. 작은 공간이지만 다른 내부 공간을 갖도록 제안했다. 각자 집의 인상을 결정하는 전면부는 집마다 다른 색깔의 벽돌로 마감했다.
작은 마당을 품은 엇갈린 매스
전체적인 형태는 두 개의 매스로 구분하고 마당과 건물을 엇갈려 배치했다. 두 매스를 잇는 복도는 단순히 스치는 공간이 아니라 벽과 지붕을 유리로 계획해 실과 실 사이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동일한 방향으로 세 채의 집을 구성했고, 건축주는 어느 날 ‘포도나무 집’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집의 형태와 잘 맞는 이름이었다.
오랜 꿈의 실현
세 채의 계획이 완성되었으나 사정에 의해 두 채만 지어지게 되었으며 이후 나머지 한 채는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게 되었다. 심리상담사로 활동하신 건축주의 오랜 꿈이기도 했던 자신만의 상담센터를 포도나무집에서 실현하기로 한 것.
때문에 기존 주택 평면이 상당 부분 변경되어야 했다. 몇 번의 계획안의 변경을 거쳐 규모와 형태가 결정되었다. 먼저 지어진 포도나무집에 적용한 형태 구성 방식을 모두 적용하기는 어려웠으나, 전면부에서 만들어지는 지붕과 건물이 갖는 형태는 기존 집들과 유사한 방향으로 계획했다. 재료도 기존 주택과 동일하게 사용하고 전면부 벽돌색만 달리 했다.
가족과 일이 함께하는 포도나무집
2016년부터 처음 시작된 포도나무집은 두 채의 작은 집과 어머니의 오랜 꿈이었던 상담센터까지 완성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포도나무집은 이름처럼 작은 포도송이 같은 내외부 공간들이 서로 연결되고 그 안에서 가족의 삶과 일이 함께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