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아뜰리에 준 Atelier Jun
강화도 길직리에 위치한 아담한 주택인 더 게르 The Ger는 인천에서 사업을 하는 건축주를 위한 주말 주택이다. 집터는 밭을 정리해서 주택지로 개발을 한 지역으로 완만한 경사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건축주는 100㎡ 이하의 국민생활주택 수준으로 작게 짓기를 원했다.
오랜 아파트 생활에 익숙했던 건축주는 처음엔 잔디만 밟아도 행복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었지만 설계가 진행되면서 요구 사항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주가 지켜주길 원했던 면적과 예산으로 인해 건물을 최대한 단순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외부에서 들어가는 황토 찜질방을 제외하고 모든 방과 거실을 남쪽에 배치했는데, 대면형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 실을 붙여 불필요한 동선을 최소화시켰다. 계획 초기에 1층을 100㎡로 맞추고, 2층은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다락으로 계획해 부족한 면적과 2층 테라스로의 접근을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다락과 1층 거실이 개방형으로 뚫려있는 것도, 다락을 통해 테라스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허가권자의 규제로 다락 대신 2층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2층으로 면적이 할애되면서 건물 전체를 100㎡에 맞추기 위해 1층 면적도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건물의 규모를 더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자칫 너무 답답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됐다.
그래서 이 주택에서는 지붕의 형태가 아주 중요했다. 박공지붕처럼 특정 방향으로 치우친 지붕이 아닌 공간의 중심이 되는 거실이 강조되도록 4면의 벽이 기울어져 중앙으로 모이고, 그곳에 천창을 설치하여 자연 채광을 통해 중심공간이 더욱 빛나도록 했다. 건축주가 정성껏 가꾼 남쪽의 정원을 바라보며 거실에 앉아 있으면 높은 층고의 개방감과 함께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공간과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내부 마감은 흰색으로 처리했는데,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음영을 더 도드라지게 하기 위함이다. 건물의 골조가 다 올라간 다음부터 동네 사람들이 이 집을 ‘몽골 텐트’라고 불렀다고 한다. 몽골의 전통 주거 형태인 게르는 중앙의 개구부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구조로 이 집의 구조와 유사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여 더 게르로 이름을 지었다.
굴뚝은 단순한 건물의 형태를 따라 단순하게 처리를 했고 밋밋한 건물의 후면에 그림자를 떨어뜨리며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다. 적삼목으로 포인트를 준 남쪽 면은 전통적인 한옥의 툇마루를 차용했다. 건물 형태 상 처마가 없는 지붕은 큰 창 상단의 누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남쪽의 큰 창들은 툇마루 안쪽에 설치했고 처마가 생겨 부수적으로 계절에 따른 햇빛 유입을 조절할 수 있다. 황토방은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방을 덥히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화재 위험으로 적삼목 대신 목재 무늬의 타일을 붙였다.
건축주는 처음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주말주택에 일 년에 몇 번이나 와보겠냐고 이야기를 했었으나, 완공이 되고는 평수가 훨씬 큰 아파트가 오히려 답답하다고 하며 거의 이곳에서 살고 있다. 조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손수 가꾸면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으며, 비만인 애완견도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