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비유에스건축 B.U.S Architecture
115평 규모의 대지가 있다. 만약 건물을 짓는 건축면적을 30평으로 두고, 한 층당 30평씩 총 2층 규모의 연면적 60평의 집을 짓는다면 결과적으로 85평의 대지가 남게 된다. 만약 거주자가 정원 관리에 취미가 없고 시간적, 체력적인 여유가 없다면 이 넓은 마당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공간일 수 밖에 없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주들은 은퇴 후 전원에서 정원 가꾸며 노후를 즐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절친한 두 가족이 함께 살 주거 공간이 필요했고, 공간의 일부에 식당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해야만 했다. 즉, 그들에겐 넓고 푸르른 마당보다는, 기능적으로 분리된 외부공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대지에 집을 먼저 배치하고 남은 공간을 마당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공간을 기능적으로 나누고 그 곳에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건축주들은 두 가족이 따로 살 집과 작은 다목적 공간, 그리고 함께 운영할 식당을 바랐다. 현명하게도 상황에 알맞은 공간의 크기를 잘 알고 있었고, 다행히 이는 그렇게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건축 면적으로 따질 때 각 가구당 22평 정도의 주택, 18평 규모의 식당, 개인적인 손님을 모시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는 3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 필요했는데, 모두 더하면 그 면적이 약 65평이었다. 우리는 이 다양한 공간을 2층 규모의 단일건물에 몰아넣지 않고 기능에 따라 필요한 크기만큼 나누어 계획했다. 즉, 65평의 건축 면적이 필요한 건축물들을 115평의 대지에 4개의 볼륨으로 나누어 배치하고 건축물마다 각자의 마당을 갖게끔 총 4개의 마당을 계획했다. 마당의 배치 규칙은 대지의 주변 문맥과 건축물 용도에 따른 상관 관계를 염두에 둔 결과물이다.
세 가지 범주로 나뉘는 건축물 중 최우선 순위는 주택이다. 바다를 쾌적하게 조망할 수 있는 경관의 축과 높이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잡았다.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우선적으로 주택을 배치하고, 남향의 축보다는 바다의 축을 염두에 두고 방향을 잡았다. 바다를 가장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는 높이에 도달하려면 각 층의 층고를 법적 제한 안에서 최대한 높게 계획해야 했다.
높은 층고를 확보하면서 2층과 다락까지 도달하는 공간 배치를 추구하다보면 자연스레 계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진다. 공간 손실을 막기 위해 계단을 중앙에 배치하니 자연스래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맡게 됐다. 열린 계단 덕분에 시야가 확장되고 넓은 공간감이 마련됐다. 주택을 위한 건축면적은 실상 크지 않아서 한 층에 하나의 공간을 배치했다. 1층에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 1.5층에는 거실, 2층에는 방과 테라스, 최상부에는 바다를 가장 잘 조망하는 다락을 접어 넣었다.
주택 다음으로 중요한 곳은 경제 활동의 최전선인 식당이다. 인접도로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면서 식당의 상징적인 입면을 한 눈에 인지할 수 있도록 건축물의 높이를 계획했다. 도로를 인접한 대지 경계선의 모양을 따라 좁고 긴 형태를 갖는다. 식당 1층에는 카운터와 주방공간이, 2층에는 주변 마을과 바다를 조망하며 식사를 하는 홀 공간이 배치되었다.
마지막은 다목적공간이다. 외부의 시선에서 주택을 차단시키는 요지에 배치하면서 이웃 건축물과 이질감을 갖지 않도록 주변과 어울리는 규모의 높이로 계획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모든 형태는 최대한 단순하게 처리하였는데 대지 인근 바닷가의 마을 창고에서 영감을 받아 일관적으로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