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윤선 글 & 자료. 이유에스플러스건축 EUS+ Architects
공릉동 오랜 사랑방, 공릉 청소년문화정보센터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은 주민 자치 활동이 활발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그 지역 가운데 있는 화랑도서관이자 공릉 청소년문화정보센터(이하 공터)는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의 편안한 공공 공간이자 무엇이든 해 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청소년센터로 기능하고 있다. 그곳은 주인공인 청소년뿐 아니라 유아와 어린이, 든든한 지원군인 어른 주민들, 그리고 공간을 이끌어가는 일꾼들이 모여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었다. 반면 건물의 물리적인 면에서는 애초에 지금의 용도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서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고쳐 쓰며 10여 년이 지나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여러 사용자 주체와 함께한 소통과 의견 수렴의 과정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씨앗재단, 그리고 씨프로그램과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이 트윈세대(대체로 8∼14세 사이의 연령층의 아이들을 가리킨다. 틴에이저와 어린이 사이에 낀(between) 세대라는 의미를 가진다)와 청소년들에게 제3의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전주 ‘우주로 1216’에 이어 다시 한번 힘을 합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자치구인 노원구에서도 예산을 더하는 민관 협력의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유에스플러스건축에서 퍼실리테이터와 설계를 담당해 청소년 참여디자인 워크숍을 기획하고 주민들, 일꾼들과의 협의를 통해 공간의 설계를 진행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주민을 위한 공간이며 도서관, 그리고 일꾼들의 새로운 업무 공간인 이곳의 복합적인 성격을 위해 지금까지의 다음 세대 공간 워크샵과 설계 노하우를 총동원하였다. 청소년들과 참여 워크숍을 통해서 기존 공간이 가진 문제점과 개선점을 적극적으로 찾고, 공간의 일꾼들과 함께한 운영자 워크숍에서는 청소년들의 생각 위에 운영 면에서의 고민과 의견들을 겹쳐보게 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가지고 청소년들이 스케치와 공간의 모형을 만들어 보는 쌍방향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간을 사용하는 여러 주체 간에 상호 교환적인 워크숍이 가능했고 공간에 대한 사용자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기존 프로그램 재배치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가장 기본 단계는 기존 프로그램과 기능을 재배치하고 포화상태에 있던 콘텐츠들을 정리하여 앞으로 다시 나아갈 공터를 위해 그 확장 가능성을 만들어 두는 것이었다.
우선 공간의 용도를 서로 바꾸고 면적을 조율하는 재배치 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영역 구성을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단절되어 활용도가 낮았던 실내 공간을 찾아내 건물의 내외부를 조망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는 개방적인 장소로 바꿀 수 있었다.
지하에서부터 6층에 이르는 긴 계단실과 건물 전체의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들을 정리하고, 층계참 벽면, E/V 옆, 서가 책장의 면을 활용해 포스터를 모아서 부착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공터의 콘텐츠들이 늘 채워지며 동시에 열릴 수 있도록 했다. 독서실형 열람실과 벽면 서가 위주의 공간이었던 5, 6층 서가를 기둥 서가와 칸막이 서가를 통해 조성된 ‘책 길’을 따라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십진분류법에 의한 고정된 서가 목록이 아니라 일꾼과 청소년들이 함께 서가의 주제를 꾸려볼 수 있는 ‘컬렉션 가’를 배치 및 운영함으로써 정보와 사람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공터’가 되었다.
도시의 맥락 속에서 공공공간의 역할과 의미
공릉동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 긴 경춘선 숲길 공원의 모습과 ‘아름다운 언덕’이라는 공릉의 뜻이 영감이 되어, 1층부터 6층까지의 공간이 수직적으로 배치된 하나의 마을로서 공간의 큰 개념을 잡아갔고 이 마을 속에 기존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개념을 연결할 수 있었다. 또한 공공공간이 여러 기능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보다 도시와 적극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도록 건축적 솔루션들을 모색해나갔다.
내부의 외부성을 표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공공기관에서 잘 쓰지 않는 벽돌 타일과 OSB합판, 익스팬디드메탈, 철판 등을 실내 마감재료로 사용하여 건물 외부를 연상케 하는 단단한 매스감을 완성했다. 2개 층을 연결한 큰 통창 옆에 키가 큰 식재를 배치하고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유입 시켜 마치 외부와도 같은 내부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복잡한 구조물에 가려져 잘 활용되지 못했던 창을 찾아내고 창가를 단단한 매스감으로 정리해 유리를 통해 보여지는 외부의 풍경을 돋보이게 했다. 이에는 실내 공공공간이 가져야 할 가치를 도시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건물에 상주하며 디자인 협력과 현장 시공을 진행한 메이트건축과 가구 제작을 맡은 큰산인디컴에 의해 구체적인 솔루션이 조율되었다. 칸막이와 벽으로 막혀 있었던 이전 공간에서, 독립성이 보장되면서도 단절되지 않은 중첩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고, 이 속에서 청소년들의 자치권과 소통이 더욱 확대되어 진정한 열린 ‘공터’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