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서가 seoga architects
시작
3대는 십수 년간 구기동에 자리 잡고 살았다. 기존 주택은 아들에게 학창 시절의 기억이 담긴 공간이자, 부부에겐 주변 자연 경관을 즐기며 생활의 안정을 가져다 준 공간이었다. 이런 가족에게 즐거운 변화가 생겼다. 성장한 아들에게 반려자가 생기고,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새 식구가 된 아들 부부, 안락한 공간이 필요한 건축주 부부, 그리고 연로한 어머니를 위해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기로 했다.
프로젝트 진행은 두 세대(건축주 부부와 예비 아들 부부)와 함께 진행했다. 가족 간에 대한 배려가 집을 풍성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공유 공간은 가족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수렴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계획했고, 개별 공간은 각 세대 별 취향을 반영해 진행했다. 이렇듯 ‘구기동 三代가 사는 집’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변화, 그리고 5년, 10년 뒤에 점차 변화할 가족의 모습을 그리며 계획했다.
대지/ 배치
대지는 북한산 산자락에 위치한다. 북한산 봉우리가 펼쳐지는 경관을 최대한 많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개별 공간의 구성과 배치가 가장 중요했다. 건물을 ‘ㄱ’ 자로 배치해 외부 공간은 바깥 마당과 안 마당으로 나뉜다. 바깥 마당은 대가족의 넓은 주차 공간과 진입 공간으로 쓰인다. 그리고 안마당은 거실 및 식당, 주방 등과 연결되는 가족의 휴식 공간이자 반려견의 놀이 공간이다.
겹집이었던 기존 주택은 넓은 마당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주택 내부로 채광이 원활하지 않고 경관을 가지지 못한 실들이 발생했다. 이에 ‘ㄱ’ 자 배치를 통해 얇은 켜의 내부 공간 구성이 가능했고, 개별 방들은 북한산의 서로 다른 풍경을 향해 열렸다. 결과적으로 거실, 주방, 각각의 침실 등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북한산의 풍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내부 공간에서의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공간 구성
3대의 가족에게 필요한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의 용적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과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두 개가 있다. 홈바와 운동실 등 유희 공간으로 이용하는 지하 1층은 외부 손님이 방문할 경우 집 내부를 통하지 않고 바로 지하로 진입할 수 있다.
지하에는 두 곳의 선큰을 계획했다. 한 곳에는 데크를 설치해 유희 공간에서 잠시 나와 쉴 수 있도록 배려했고, 다른 한 곳은 도로에 면해 있기에 차폐 식재로 대나무를 심어 시각적 간섭을 차단하는 동시에 가로에 녹색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또한 이러한 선큰 공간을 통해 지하 공간의 단점인 채광과 환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현관을 통해 내부로 진입하면 처음 만나는 공간은 주방이다. 대가족이 사는 집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주방을 현관 앞에 배치해 편리한 동선 구조로 만들었다. 대지의 고저차로 인해 주방보다 높은 바닥에 거실을 배치했고 마당과 연결되도록 계획했다.
2층은 건축주 내외와 어머니의 공간으로, 3층은 신혼부부인 자녀 내외의 공간으로 계획했다. 신혼부부의 공간은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작은 거실과 주방 공간을 갖추었다. 2~3층의 개인 공간은 욕실 및 드레스 룸으로 구성된 방으로 계획해, 세대 별로 사적 공간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방의 출입구에는 복도식 드레스 룸을 배치하고, 침실은 입구로부터 깊숙한 곳에 배치해 짜임새 있고 안정된 개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3대, 4대가 될 가족의 집
각 층 당 19~23평인 4개 층으로 구성한 집에는 4개의 침실, 2개의 거실, 2개의 주방, 6개의 화장실, 그리고 가족의 유희 공간이 들어가 있다. 지하에는 다양한 주류가 전시된 홈바와 탁구대, 피트니스 기구를 설치한 운동 공간, 노래방 기기와 드럼까지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여러 공간이 한 집에 담겨야 했기 때문에 설계하는 과정은 복잡했지만, 다양한 의견과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집은 단순하고 간결해졌다.
여러 세대로 구성된 집에는 다양한 생활 방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가족 구성원과 생활 방식은 다시 변할 것이며, 새로운 상황에서도 좋은 배경이 되는 집으로 가족과 함께 나이들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