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서가 seoga architects
대지
한창 개발중인 구월동 택지개발지구는 저밀도의 주거지 조성을 위해 다섯 가구 이하의 개발 제한조건이 정해져 있었다. 택지개발지구 안에 위치한 대지는 교차로에 면해 있기에 길에서 눈에 띄기 쉬운 위치였다. 대지는 도로측에서 가시성이 우수해 상업적 가치는 높았지만, 양측 도로로부터 주거공간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일종의 전략도 필요했다.
다섯 집
대지 주변의 주거지에는 젊은 가족 구성원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러한 주변의 수요는 가구당 규모를 정하는데 주요 기준으로 작용했다. 용적률이 허용하는 전체 연면적을 다섯 가구로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식이 중요했고, 여러 가능성의 검토 끝에 복층형 한 가구, 방 3개를 갖춘 두 가구, 방 2개와 다락이 있는 집 등 총 다섯가구를 구성했다.
각 가구는 층의 위치에 따라, 또는 길과의 상관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길에서 집 내부가 들여다 보이기 쉬운 2층은 길과 면한 부분에 발코니를 계획해 사적인 공간을 한 켜 뒤에 배치했다. 발코니의 외벽에 비워 쌓기한 벽돌은 빛은 끌어들이면서도 길에서의 시선은 차단하는 반투명의 커튼과 같은 역할하게 된다. 복층형 가구는 높은 창을 계획해 내부공간을 보호하는 방식을 취했다. 상대적으로 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 3층은 큰 창호로 개방감을 확보했다. 최상층인 4층은 높은 층고를 활용해 다락을 설치했고, 이를 통해 일조사선 제한에 따른 작은 평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깊은 창
구월동 택지개발지구의 건물들은 일정한 유형을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형태와 재료를 통해 각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찬란한 건물들 가운데 또다른 형태와 색조로 드러나기 보다 주변의 배경으로 조용하게 자리잡기를 원했다. 이에 외벽 마감은 회색 빛의 투박한 시멘트 벽돌로 계획하고, 부위에 따라 쌓기 방식을 달리해 전체으로 통일된 모습을 만들었다. 외부 창호는 유사한 크기를 반복하면서도 세대마다 위치나 크기를 조금씩 변화시켜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세로로 긴 창은 외부로부터 깊숙이 설치돼 있어, 계절과 시간에 따라 창과 발코니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건물의 표정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낸다. 야간에는 집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의 변화들가 이 집을 다르게 즐겨볼 수 있는 외관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