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ADMOBE Architect
아파트 전셋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남들의 시선보다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작지만 안정적이면서도 풍요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결심한 건축주는 기존 거주지에서 내려다보일 만큼 가까운 곳에 20평 남짓 작은 땅을 구입했다. 땅을 구입할 당시만해도 각 층마다 최소 12평 이상은 공간을 만들 수 알았지만, 막상 따져보니 좁은 도로 확보를 위해 3평 이상을 떼어줘야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처음 생각과 달리 가용할 면적이 작아지면서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사용하기 위한 협소주택 설계가 필요했다. 구조 벽으로 사용하는 벽량을 최소화해 공간을 확보하고,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가구를 설치하고 가전제품을 넣은 가구를 만들었다. 가변형 벽체와 포켓도어를 사용하여 문으로 인한 공간도 절약했다. 작은 집이라 해도 꼭 필요한 폭과 높이는 확보하고 층의 높낮이를 적절히 활용한 공간구성을 통해 결코 좁지 않은 부족함이 없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
건축주는 비교적 큰 규모의 화려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아이 둘, 처형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에는 어려운 구조였다. 가족의 취향과 동선을 고려한 각자의 공간이 필요했다. 부부는 맞벌이로 주로 주말에만 집에 있어, 주로 아이들과 처형이 상주하는 생활 패턴을 고려해 층의 구성을 통해 공간과 동선을 나누기로 하였다.
처형과 딸의 방을 2층에 두고, 1층 주차장 공간을 아이들이 공부하거나 손님들이 머무는 거실의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뒷마당을 연결해 외부까지 공간을 확장시켰다.
건축주는 처음부터 최상층인 4층에 테라스와 연결된 주방을 두기 원했던 터라, 3층 공간은 부부와 아들이 쓰도록 했다. 좁은 공간에서 두 개의 방을 벽으로 구분하는 대신 방과 방 사이에 작은 중정을 두고 벽은 모두 유리 문으로 구성함으로써 독립되어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시각적으로 공간적으로 개방감을 살렸다.
이렇게 1~2층을 처형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두고, 3~4층을 부부와 주방공간으로 구분함으로써 1층은 좀 더 퍼블릭한 공간으로, 4층은 더욱 가족들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