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공오스튜디오 05STUDIO 정리 & 편집. 안인규 인턴
논현 109는 서울 도심 빼곡히 들어선 건물 블록들 사이, 삼거리 코너에 위치해 있다. 건축주가 요구하는 최대 면적, 인접 대지와 피할 수 없는 일조권 싸움은 도심의 작은 대지에 집을 지을 때에 설계자가 늘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경사가 가파른 코너에 정북 방향을 따라 제한된 일조권을 고려해야했고, 4~5층 주거시설 계획에 따른 발코니 확장의 변수들로 각 층 매스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중첩돼 최대한 면적을 확보해야 했다.
우리는 주어진 제약 조건을 수용하면서도 대지와 도로, 사유지와 공유지가 만나는 경계선을 좀 더 창의적으로 풀기 위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 꼭대기의 매스를 커다란 수직벽체로 연결해 다시 지상의 도로와 만나는 곳에 내려 앉혔다. 이는 대지 내에서 할 수 있는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행위들을 마무리하기에 적합했다. 그 사이에 채워진 붉은색 외부 계단은 매스의 규모와 설계자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가 됐다.
건축주는 건축음향회사를 운영하며 이곳의 일부를 사옥으로 계획하였다. 소음과 진동이 생길 수 있는 스튜디오는 지하층에 배치했다. 지하 1층에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고, 지하 2층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로비와 녹음스튜디오로 구성했다. 공용 주차장이 있는 지상 1층 위로 지상 2층과 3층에는 계열사 사무실을, 지상 4층과 5층에는 주거시설을 계획 했다.
다른 위치의 매스들이 중첩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계단형 테라스들은 각 층에서 내부와 연결되는 작은 외부공간(pocket space)이 되고, 옥상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쾌적한 휴게 공간으로 사용된다. 이 옥상 공간이 햇빛과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1개 층의 높이만큼 외벽을 더 연장하는 결정이 필요했는데, 건축주는 과감히 수용했다.
덕분에 서울 도심 한복판 빌딩숲 사이에서 숨은 전망을 즐기며 좀 더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넓은 외부공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