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아키텍츠601 Architects601
단단한 흙을 빚듯 담백한 언어로 사계절을 담아내고자 했다. 품어내듯 겸손한 몸짓으로 대지에 내려앉은 땅의 집은 달을 품듯 온화한 표정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건축은 지식과 경험의 축적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는 이의 모습과 분위기를 닮아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건축이 곧 ‘사람의 옷’과 같은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흙과 시멘트를 구워낸 토벽돌의 외장재는 시간의 흐름과 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건축의 풍경으로 태어났다.
건물에 들어갈 때의 과정은 건물 내부에 대한 느낌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전이가 매우 갑작스럽다면 도착했다는 느낌이나 건물의 내부가 개인적인 장소라는 느낌을 갖지 못할 것이다. 전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주장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주택 중 특히 출입구는 사적인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만약 정문이 건물의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 정문과 거리 사이에 전이 공간이 있다면 이 영역은 매우 잘 구성된 것이다.
거리와 출입구 사이에 전이 공간을 만든다. 거리와 출입구를 잇는 보행로는 이 전이 공간을 통과하도록 배치한다. 그리고 빛과 소리, 방향과 표면, 바닥 높이 등의 변화를 각각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한다. 때에 따라 둘러싸임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관문을 설치해 조망의 변화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자연의 결을 닮은 공간 속 재료는 빛의 볼륨을 타고 동선을 안내한다. 하얀 빛의 공기는 보이지 않는 풍부한 감성의 분위기로 부유하는 공기감을 형성한다. 빛은 자본의 대가가 없이 가장 풍부한 감응을 선사하는 순수하고 독보적인 건축적 재료이다.
남향으로 내어진 거실과 작업실의 큰 창은 낮은 담장의 레이어를 앞에 두고 프라이버시와 채광을 동시에 충족하도록 계획했다.
2층의 면적은 1층보다 작은 볼륨으로 계획돼 테라스로 형성되고, 건축의 안정감과 위요함을 더해 낮은 몸짓의 파사드로 드러난다.
직선과 곡선의 만나는 부분은 섬세한 디테일을 요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요란하지 않지만 세련된 언어들로 건축의 표피와 물성으로 파사드를 완성한다.
안락함, 안정감, 편안함이라는 정서적 환기가 되어주는 알코브 공간을 지향한다. 주택 내 풍경의 흐름과 시간성, 시퀀스를 부여해 온전한 휴식에 격을 더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단히 특별할 것이 없지만 분명히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의 기운이 담겨질 것이다.
과하게 가공되지 않은 근원의 순수함, 무겁지 않지만 약하지 않으며, 반짝이지 않지만 마음을 이끄는 건축과 공간, 무던하지만 섬세하고, 견고한 진실성을 간직한 건축을 이 집을 통해 지키고자 했다.
숲이나 강, 공기를 이루는 모든 것은
방을 꼭 닫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네 벽 사이에
제 자리를 가지고 있다.
달려오라, 바다를 건너는 기사들이여
나는 하늘 지붕 하나밖에 없느니
그대들이 머무를 장소가 있으리라.쥘 쉬페르비엘Jules Supervielle <미지의 친구들 Les Amis inconnus>
– 가스통 바슐라르作. 공간의 시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