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오래된 것을 수선하여 산다는 것
새로운 것을 다시 짓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 흥미로운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역병에 의해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우리의 생활사를 다시 한번 검토하게 됐다. 예컨대 건축물을 짓는다면 꼭 철거, 멸실이라는 행위 후 아무것도 없는 나대지에 건축을 해야 하는지를 의심하게 되었으며, 단순히 행정이 아닌 그 폐기물은 어디로 움직이며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집터는 1990년대에 멈춰있는 도심의 이면도로에 있다. 그 주변으로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필요에 의해 작성된 도면만으로 지어진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그리고 근린생활시설이 자리해 있다. 도시계획에 의한 격자형 도로망이 아니기 때문인지 혹은 그간 개개인의 이해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집터의 모양은 분필된 모습으로 날카롭다.
주변 건축물의 외장재는 특정되지 않은 돌, 타일, 벽돌, 드라이핏 등 다양한 재료로 세월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변은 관리되지 않은 채 세월의 얼룩이 묻어있지만 새로 착공해 지어지는 건축물의 외장재보다 무게감은 더 느껴진다.
건축물은 ‘대영빌라’라는 이름으로 2002년에 준공된 다세대주택이다. 8세대의 평균 면적은 65.00㎡로 전체 연면적에 최대한 합리적인 세대수를 확보하려는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면적과 세대수를 확보한 빌라는 합리성의 측면에서는 충분히 검토되었지만, 입주하게 될 세입자를 향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는 이 건축물을 계획함에 있어 준공 후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러한 건축물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이며 수선하여 산다는 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 또 그 공간을 개인만이 아닌 공동이 다 같이 향유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보았다.
일률적으로 계획되었던 세대의 평면은 같을 수 없고, 세대별 공간의 특징에 따라 평면 계획은 다양해졌다. 그로 인해 일률적이었던 평면은 다양해지고 그 다양성은 입주민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더불어 단층이 아닌 복층의 공간 계획은 주택의 면적만이 아닌 그 부피의 중요성을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오래된 건축물을 재해석하는 일은 제약도 분명 있지만, 그 건축물의 역사를 해석하고 우리의 해석이 또 다시 재해석되기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