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지일 글 & 자료. 디자인스튜디오 마움
밀방은 ‘셰프의 비밀 제조법’이 숨겨진 장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오랜 흔적이 남은 두 채의 한옥은 서로 맞물리며 각기 다른 시차를 갖는다. 각각의 장소에 남겨진 흔적의 차이는 마치 과거에서 과거로 이어지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연속되는 시간의 궤도 속에 존재하는 듯 하다. 외부에서 이어지는 작은 통로를 지나 중정을 거쳐 비로소 시공간을 넘나드는 낯선 경험을 통해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를 마주하게 된다.
외부의 여백은 시간을 나누는 물리적 경계로 존재하며 작은 틈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연결한다. 서로 다른 시간이 마주하고 연결되는 질서를 만들기 위해 시간에 흔적을 품은, 낡고 바랜 한옥 구조의 고목재를 보존하고, ‘공백’이라는 사라진 시간의 형태는 한지를 통해 목재에 흔적을 남기되 고유의 색을 지워나갔다.
한옥이라는 동일한 언어의 형태 아래 서로 다른 시간을 품은 풍경은 중정에서 확장되어 낯선 경험을 만들어 낸다. 각자의 시간을 담아두어 안과 밖을 이동하며 시간을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숨기다’ 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을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두다. 또는 어떤 사실이나 행동을 남이 모르게 감추는데 있다. 우리의 ‘숨기다’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오래된 시간의 가치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오래된 시간의 가치와 흔적을 조금 더 비밀스럽게 드러내며 상대적인 시간의 존재를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 방은 숨겨져 있되 사라지는 빛과 함께 은밀하게 존재를 드러낸다. 이로서 ‘독립 밀방’은 각자에 자리에서 다른 시간의 풍경을 향유하는 즐거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