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일상건축사사무소
건축물이 아닌 놀이 공간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놀러온 아이가 자라나 세 딸을 둔 아빠가 되어 찾는 곳. 덕진공원은 많은 전주 시민이 유년 시절을 보낸 지역의 대표적 쉼터다. 이곳에 숲을 테마로 한 새로운 놀이 공간이 들어섰다.
대지는 덕진공원 내 야외 수영장이 있던 자리다. 덕진공원 야외 수영장은 많은 전주 아이들이 찾아와 물놀이를 즐기던 곳으로, 1973년부터 꾸준히 운영되다 2001년 문을 닫고 오랜 기간 나지로 방치됐다. 이후 전주시와 유니세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공원 조성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되어 다시금 전주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놀이 기구가 없는 놀이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맘껏숲&하우스’는 야외 놀이터(맘껏숲)와 건축물(맘껏하우스)로 이루어진다. ‘맘껏하우스’가 그저 이곳에 새로 들어설 건축물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덕진공원 및 새로 조성될 조경 공간과 어우러져 하나의 놀이터로 인식되길 바랐다. 설계를 앞두고 어린 시절 친구들과 비석치기, 땅따먹기, 두꺼비집짓기를 하며 흙, 돌, 나무 등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렸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 건물을 구성하는 마감 요소를 목재(글루램), 노출콘크리트, 석재로 구성했다.
틈과 프레임으로 이루어지다
맘껏하우스를 놀이 공간으로 만드는 건축적 장치는 ‘틈과 프레임’이다. 프레임 구조로 만든 다양한 틈이 있는 공간을 조성해 아이들이 건물을 하나의 놀이 공간처럼 이용하길 바랐다. 틈은 실내와 반대되는 외부 공간 또는 사이 공간이다. 물리적으로 꼭 필요한 공간을 제외하고 실내로 규정되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일정 간격을 두고 각 실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틈을 확보했다.
틈은 이동하거나 머무르는 공간이기도 하고, 특별한 활동이 일어나지 않아도 시각적 요소나 청각적 요소가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틈 가운데서 아이들은 일방향이 아닌 사방팔방으로 뛰어놀 수 있다.
박공 목재 프레임(글루램)으로 건물의 형태를 규정하고 적절한 공간감을 형성했다. 프레임은 맘껏하우스의 구조만 이루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공간 요소로 변주된다. 적당한 그늘을 드리우며, 안전을 위한 난간으로 기능하고, 각종 놀이 활동을 뒷받침하는 지지대로 역할한다. 그네, 짚라인 같은 놀이 기구가 없어도 충분히 즐겁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