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윤선 글 & 자료.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지금까지의 많은 다가구주택들은 각각의 대지 조건과 세대수의 논리에 따라 그 조형이 제각각 얻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연유로 형태는 이해되기 힘들고 구조는 어그러졌으며 공간은 억눌려왔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남겨져, 우리는 여전히 식탁 하나 제대로 놓을 만한, 살 만한 다가구주택을 찾기 힘들다.
망원동 단단집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친숙한 대칭적 형태 안에 새로운 형식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5세대의 삶에 대한 제안이다. 2, 3층에 위치한 투룸은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지난 모더니즘의 경제적 산물인 LDK(거실Living, 식당Dinning, 주방Kitchen)에서 주방과 식당을 독립적으로 구획해 거실의 쾌적성을 확보하는 반면, 전통적으로 밀실한 공간으로 여겨온 침실은 오히려 느슨하게 구획함으로써 거실과의 개방감과 실용성을 동시에 가지도록 했다.
이는 집의 중심에서 거실과 주방, 방 사이를 나누는 대리석 기둥과 나무 미닫이문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결과, 거실에서 대리석 기둥을 중심으로 분기되면서 동시에 보이는 주방과 침실의 공간적 병치는 마치 드라마 세트장을 보는 듯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불어 미닫이문의 나무결 무늬와 대리석 기둥의 패턴은 거실의 크기를 압도하는 장식적 캐릭터를 완성한다. 4층에 위치한 집은 길게 늘어선 LDK와 기능이 집약된 복도가 특징적이다.
사선제한에 의해 생성된 입면과 단면의 단(段)들을 반대편에서도 반복함은 법규가 만들어 내는 형태에 대한 일종의 질문이며, 그로 인해 전체가 가진 대칭의 모습은 벨기에 마을의 집들, 도토리가 열린 나무, 붉은 선인장, 혹은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어렴풋이 연상시키며 사람들의 마음에 다양한 기억을 소환한다. 외벽 전체를 둘러싼 붉은 타일과 흰 줄눈, 혹두기 석재 코너, 창 주변의 장식적 디테일은 동네의 흔한 다가구, 다세대주택에 대한 풍자적 오마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