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현경 글 & 자료. 지아이피건축사사무소 GIP Architect
집이 작업실과 만난다면
‘모담쌀롱modam salon’은 금속공예가인 남편과 민화가인 아내가 성인인 딸과 함께 거주하는 주거공간이자, 작업실이다. 집 이름에는 가족들의 평안한 정주 공간이면서도 지인들이라면 누구든 편히 들려서 수다를 떨다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부부의 바람이 담겼다. 가족의 거주 공간이면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 공간이자, 친구와 손님을 응대하는 살롱Salon으로 사용되기를 원했다.
45평에 이 모든 콘텐츠를 담으면서 서로 어우러지고 서로 방해받지 않기 위해 쓴 공간 설계적 기법은 ‘분리와 중첩’이다.
집의 중심인 살롱은 작업실이자 응접실인 다목적실로 정의했다. 다목적인 공간이 답답하지 않도록 복층 높이의 공간을 설정하고, 숲으로 이루어진 대지의 남쪽 인접 대지로부터의 부족한 채광을 확보하기 위해 옥상까지 이어진 나선형 계단과 맞닿은 천정에 넓은 천창을 두었다.
상대적으로 넓은 1층은 무거운 재료를 다루는 금속공예 작업실로 두고, 펼쳐놓고 작업해야 하는 민화는 복층 구조의 2층에 위치하여 손님의 활동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도록 설정하되, 부부의 작업실이 한 공간에 있어 소통이 용이하다. 민화작업실은 안방과 직접 이어져 있어, 전체적인 동선은 순환구조로 되어 있다.
1층은 살롱과 함께 중정을 중심에 두고, 작은 부엌과 거실이 있다. 두 공간은 유리로 분리되어 있어, 손님을 응대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가족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공간적 분리가 가능하다. 작은 집에 어울리게 TV를 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부엌 겸 식당 곁에 함께 자리한다.
작은 공간과 달리 곧곧에 작업을 위한 수납공간을 세심히 만들었는데, 1층 화장실과 통하는 작업 개수 대공간, 살롱 한 쪽에 마련한 공구 수납대, 복층 벽을 가득 채운 전시대 겸 책장이 그것들이다.
금속공예는 다양한 규모의 작업이 있기에, 도시 속 작업공간을 위해 중정 공간이 유용하게 설정되어 있다. 주택은 이를 중심으로 외부와는 다소 폐쇄적으로 계획되어 있는데, 도심 속의 작업실로써 이웃에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한 보호 수단이자, 작은 공간 내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렇게 닫혀있으면서도 열려있는 공간에 어울리도록 디자인된 외벽의 공간 블록은 막힌 모양과 뚫린 모양 2개의 4각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은집 규모의 규모에 맞도록 세로 디자인해 제작하였다. 이의 디자인과 제작을 위해 건축주와 건축가 팀은 협력하였고, 다양한 몰딩과 시제품을 제작해보았다.
1층의 반 개방공간과 다르게 2층은 온전히 가족의 공간이다. 큰 공간이 아님으로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도를 따라 붙박이장을 짜맞추었다. 가족이 갖고 있던 물건들을 고려해 장을 디자인하였다.
부부와 함께 거주하는 딸을 위한 개인 발코니를 딸 방 곁에 마련해 중정과 소통하도록 계획했는데, 공간적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부부의 침대 곁은 위에 거울로 마감하고, 필요한 부분은 가구로 덮어서 마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이질감이 크게 들지 않도록 했다. 부부침실에서는 남쪽 숲이 바라보이는데, 산책로의 사람들로부터 시각적인 부호를 위해 앞에 베란다를 두는 시각적 필터를 계획했다.
비로 작은 집이지만, 부부와 딸을 위한 욕실이 따로 둬 서로의 사생활이 보호되도록 계획했다.
건물의 외장재인 벽돌 블록은 공예가인 아버님의 아이디어부터 발전해왔다. 도심 속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외부와의 연결이 고려된 아이디어였다.
이 주택을 짓는 데에 있어서 또 다른 도전과제는 건축주의 예산이었는데, 디자인에 열려있는 건축주의 허용적 심리 덕분에 주거이면서도 공용 공간인 1층의 바닥은 콘크리트를 강화한 마감으로 마무리했다. 1, 2층 모두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거푸집을 뗀 콘크리트 그대로 마감했다.
모담쌀롱은 도심 속의 큐브 모양으로 계획된 단순한 주택 같지만, 그 겉모습과 크기와 달리 여러 가지 복잡한 공간적 프로그램과 동선, 사용자의 요구가 얽혀 마무리 된 잘 짜여진 집으로 마무리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