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공기정원
휴식의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의 휴식을 긴 종이 위에 그리고, 그 위로 문을 오려낸 종이를 접어 저마다 추구하는 쉼의 ‘모습MOSP’을 세웠다. 이렇게 세워진 면과 면 사이의 쉼표인 문은 경계의 의미가 아닌 관계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모습은 대전 보문산 자락에 자리 잡은 카페다. 앞으로는 대전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보문산이 위치한다. 다섯 개 층 중 최상층에 위치한 건물의 레벨을 고려해 대지의 흐름대로 자연스레 내부로 들어설 수 있는 느린 계단을 두었다. 산 반대편에서 바라본 건물은 다소 수직적인 인상을 갖지만, 산에서 카페로 진입할 때는 비교적 낮고 여유로운 수평적 매스감을 경험할 수 있다. 진입 후 반대편 테라스에서는 대전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이때 전경은 마치 생소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카페 내부에서는 각자의 편안함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넓은 공간이 단순히 넓게 느껴지지 않도록, 방문객이 아늑함을 느끼며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계획했다. 하나로 연결된 긴 파티션을 세우고, 그 안에 다양한 쉼의 모습을 반영한 문과 창을 만들었다.
연결하는 문
느린 계단을 올라와 처음 마주하는 것은 아치 형태의 중첩된 문이다. 아치 개구부를 반복해 접어 내부 공간임에도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문은 그 너머의 다른 ‘쉼’의 공간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개구부를 관통한 폭이 좁고 길이가 긴 테이블은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쉼의 자리를 제공한다.
빛이 가득한 문
반원의 둥근 벽체는 빛으로 가득 찬다. 산을 바라보는 동쪽에 드는 아침 햇빛을 둥근 벽체가 품는 것이다. 이곳에 앉아 마주한 창을 바라보면 푸르른 녹음을 만날 수 있다. 바닥에 물을 채워 하늘을 담고자 했다. 그렇게 자연을 온전히 품은 빛이 가득한 공간이 탄생했다.
정원의 창
빛을 담는 둥근 벽체의 문 너머에는 숨은 공간으로 연결되는 듯한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 만나는 공간은 바로 정원이다. 정원은 누구에게나 쉼을 주는 공간이다. 가만히 앉아 독서하고, 차 마시기 좋은 공간으로 계획했다. 전망 또한 탁월하다. 정원에서 보문산을 향해 뚫린 창을 바라보면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눕는 창
깊이감이 있는 유리창에 기대앉아 쉬는 모습을 생각하며 조성한 이 공간에는 더 넓고 깊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뒤쪽으로는 유리창을 통해 눕는 창을 만들었다.
빛이 흩어지는 창
남쪽에서 서쪽으로 해가 넘어가는 곳에 자리한 이 공간에서는 빛을 받으며 쉬는 모습을 상상했다. 더 아늑하게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리블럭을 쌓았다. 유리블럭 창을 통해 흩어지는 빛이 잠시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랐다.
앉는 창
긴 창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공간에는 앉는 창을 설치했다. 석양빛이 드는 창, 그 너머로 방문객이 도시를 바라보는 풍경을 상상했다. 파티션으로 인해 안에서 밖으로 연결된 듯한 이곳은 외부 테라스가 되기도 하고, 테이블은 난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살짝 높은 테이블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은 흡사 난간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는 모습과 같을 것이다.
일하는 창
모습의 창은 방문객이 경험하는 쉼의 모습을 담을 뿐 아니라, 공간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일하는 사람의 모습 또한 담아낸다.
공간의 축인 파티션은 경계인 동시에 관계의 매체다. 경계를 만들어 내외부를 구분하면서도 ‘문’ 과 ‘창’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각각의 공간에 담길 다양한 쉼의 모습을 잇고자 했다. 파티션은 공간마다 다른 경치를 갖게 하고, 동선 역시 구분될 수 있도록 기능한다.
하지만 모습의 각 공간은 서로에게 닫혀 있지 않다. 구석구석 일관된 정서가 흐를 수 있도록 공간 간의 관계를 고려해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