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영욱 글 & 자료. 제이와이아키텍츠 JYA-RCHITECTS 사진. 황효철
어느 해 이른 봄, 합정동 한 까페에서 카키색 외투를 입고 있던 두 분의 건축주를 처음 만났다. 같은 색의 외투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합정동의 작은 까페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두 분은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보고 우리를 알게 되었고 젊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 때는 어찌 그렇게 무턱대고 전화를 하셨을까 의문도 들었지만 건축주를 2년 가까이 만나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을 만큼 용감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건축주는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목동의 자그마한 땅에 건축주(언니) 부부, 동생 부부, 그리고 건축주의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까지 모여 살기 힘든 네 가족이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해서 특별한 구성의 ‘목동523’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넓지 않은 땅에 네 가족이 모여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넓은 건축면적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도로사선, 정북일조 등 각종 법규의 틀 안에서 집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따라서 우리는 외부공간을 최대한 적극 활용했고, 경사진 땅의 조건도 잘 적용해 지하에서부터 다락까지 각 세대를 스킵플로어 구조를 연결했다.
또 최대한 넓은 내부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벽체 두께를 최소화 하면서 다세대로서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를 위해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각 층의 슬라브를 만들고 이 골조를 외부에서 목조 벽체가 감싸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방식을 제안했다. 이로써 구조 두께에 별도의 단열두께가 더해질 필요 없이 벽체를 해결할 수 있었다. 덕분에 보다 넓은 내부면적을 확보할 수 있었고, 단열선이 끊어지지 않고 건물을 감싸도록 했다.
각 세대 구성원들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면적을 나누는 방식으로 한정된 면적의 내부 공간을 활용하고자 했다.
우선 몸이 불편하신 시부모님은 출입이 용이한 1층에 모셨는데 면적은 크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 앉아 계시기 때문에 두 분을 위해 창을 만들 때 앉아서도 밖을 볼 수 있는 높이로 냈다. 덕분에 가족들이 드나드는 모습, 현관 주변의 작은 정원, 집 앞의 오고 가는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다. 친정 부모님은 반 층 올라간 높이에 사신다. 이 집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하루종일 해가 잘 들도록 했으며 북쪽으로는 외부 테라스가 있다.
나머지 위층은 건축주와 건축주 동생 가족을 위한 공간이다. 건축주 집은 총 세 개 층으로 가족실과 연결되는 외부 테라스와 다락방에서 연결되는 옥상 잔디 마당이 있다. 이 공간들은 모두 실내 외부에서 서로 두 개 이상의 동선으로 연결이 된다. 동생 집 또한 두 개 층의 복층 공간으로 건축주 집과는 외부 테라스에서 연결된다. 두 집의 아이들방 사이에는 미끄럼틀이 있다. 형제처럼 커가길 바라는 두 아이를 위한 공간이다.
이렇게해서 이 집은 총 8개의 레벨과 4개의 외부 공간을 가진 집이 되었고, 그 안에 서로 다른 공간들이 숨어 있다. 여기에 이 공간들을 이어주는 6개의 수직동선과 하나의 미끄럼틀이 집안 구석구석을 이어준다.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집이 됐다.
이 프로젝트는 시공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하지만 건축주는 그 모든 순간들을 용감하게 헤쳐나갔고, 결국 집을 완성해냈다. 이 집 구성원들이 앞으로 어려운 일들을 만나더라도 처음에 원했던 것처럼 네 가족, 세 세대가 서로 의지하고 돌보며 재미있게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