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은영 글 & 자료. 더퍼스트펭귄 T-FP
브랜드가 ‘자연에 가까운 버거를 만듭니다‘라는 명확한 슬로건을 갖고 있었기에 그에 맞는 건축이 필요했다. 우리는 건물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버거를 먹는 동안 그리고 이 장소를 떠나는 순간까지 슬로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자연의 오브제를 상상하며 떠올린 심상은 제주 해안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거대하고 무심한 현무암 덩어리다. 이러한 단상을 표현하고자 건물의 표면을 모두 검게 칠했다. 여기에 점차 시간의 흔적이 쌓이며 우리의 의도가 더 자연스럽고 더 진하게 드러나리라 기대했다.
화산석을 밟으며 진입로에 들어서면 돌담과 조경 너머의 건축과 천천히 마주할 수 있다. 1층에 들어서 좌석에 앉으면 의도된 낮은 높이의 창을 통해 담벼락과 건물 사이에 놓인 조경이 눈에 들어온다. 2층에서는 사방으로 뚫린 띠창을 통해 정면의 바다와 우측의 습지 그리고 좌측의 해안 도로와 후면의 마을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2층 중정은 하늘과 바람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중앙에 위치한 천창에 담긴 물은 빛과 바람의 시각화를 위한 장치다. 바람으로 만들어진 끊임없는 물결과 그 빛의 산란은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는 빛과 바람의 오브제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