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투닷건축사사무소 TODOT Architects & Association
서울 중랑구 묵동의 대지에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당과 반지하, 2층 규모의 오래된 주택, 이 집과 수명을 함께 해 온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요즘의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에는 집주인이 남는 방에 세입자를 하나 둘 들이면서 서서히 다가구주택으로 변모하는 게 통례였다. 셋방살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출입구를 따로 내고 화장실이나 부엌을 들이면서 초기 다가구주택 모습이 된 것이다. 이는 옆집, 근처의 다른 집들에서도 볼 수 있다.
주차장법이 정비되고 용적률이 늘어나면서 마당은 없어지고 집은 적층되어 동네에 들어선다. 이제 대문에 들어서면 마당으로 이어지던 집들의 풍경은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더 많은 가구 수와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으로 채워지는 동네의 모습이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에 있던 주택을 철거하고 나니 비워진 대지주변으로 이웃하는 담장과 셋방들이 들어온다. 낡고 오래된 삶의 흔적들이 보여지는 것이 이웃들에겐 불편함으로 자리할 것이다. 담장은 셋방사는 이들의 울타리같은 보호장치였나보다.
여덟 가구로 구성된 묵동 다가구주택은 1인 내지 2~3인이 거주할 수 있는 스튜디오형과 침실이 구분된 주거 형태를 갖는다. 2층에 네 가구, 3~4층과 다락을 포함한 복층 형식의 네 가구가 각각의 층에 자리한다. 복층 구성은 작은 면적 내에서 2~3인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배제하기 위함이다.
이곳에 거주할 가구들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소득수준이나 직업,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알 수 없다. 대부분의 1인가구들이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의 주거에 임대료와 교통을 이유로 입주를 결정하지만 근처에 새 집이 들어서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결혼을 하거나 임대 조건의 변화로 세입자들은 들고 나간다.
원룸 형태의 집들이 머물다 가는 집의 개념으로 자리하다가는 동네의 모습도 삭막해지지 않을까. 대지의 상황과 주차장의 규모로 집의 크기가 결정되지만 가구 수를 늘리기보다는 거주자의 환경을 고려해 적정한 단위주택의 크기를 가늠해야 했다.
도로에 면한 대지의 폭이 협소하고 양 옆으로 이웃한 집들의 관계가 채광이나 환기를 위한 창에 영향을 준다. 남북으로 열린 방향으로는 채광을 위한 창이 나고 측면으로는 환기를 위한 창이 분리되어 설치된다.
잠시 머물다 가는 집이라도 사는 동안은 내 집 같기를 기대했다. 내 집으로 들어서는 현관이 주차장에 떠밀려 구석으로 몰리는 것은 지양했다. 번듯한 계단을 통해 내 집에 들어서고 집 안에는 작은 뜰도 있는, 단독주택 같은 다가구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