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KDDH
“현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집은 삶의 방식을 담아낸다. 의뢰인 부부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고 이웃과 소통하며 지낼 수 있는 삶을 그려왔지만 하나의 대문 안에 마당 없는 현관으로 견고하게 둘러싸인 아파트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런 꿈을 가진 의뢰인은 믿을 수 없는 요구를 전해왔다. 앞마당과 거실을 이웃에 내어주는 공간 구성을 이야기했다.
집의 이름이 북카페하우스가 된 데에도 그런 이상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자녀의 친구들이 놀러와 책을 읽고 함께 온 부모님은 따뜻한 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계획이었다.
책을 닮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한 벽면을 모두 차지한 책장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 가족이 평생의 책을 모두 쌓을 수 있는 큰 서고는 오랜 꿈이었다. 책으로 꽉 막힌 벽면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책장 사이사이 창이 만들어졌고, 책장 앞은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소통의 중심지가 되었다. 주방은 거실의 가족들과 언제든 소통이 가능하도록 책장을 마주 보게 배치했고, 주방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를 닫고 나면 거실이 온전히 카페 같은 공간이 되어 가족들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사랑방이 되게 했다.
많이 읽어 끝이 부풀어 오른 책을 닮은 집은 곳곳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현관을 들어서면 눈길을 사로잡는 9m의 높이를 자랑하는 ‘지혜의 책꽂이’, 2층 남매의 침실 사이를 연결해주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하늘을 솟아지른 듯한 계단의 별칭은 ‘네버 엔딩 스토리의 다리’가 되었다. 북카페하우스는 책처럼 읽을 공간이 많은 집이 되었다. 이러한 공간들이 모여 안과 밖, 위와 아래가 막힘없이 열린 공존하는 집이 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