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아키리에 Archirie
이 집은 복합형 산업단지로 개발된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의 단독주택지에 있다.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반듯한 계획 부지로 북쪽으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았고, 동쪽으로는 비슬산, 남서쪽에는 국가산업단지가 각각 위치한다. 대지 주변은 집들이 띄엄띄엄 지어져 있어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 않은 공터들도 꽤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레 주변은 집들로 가득 메워질 것이고, 지금은 문제 없어 보이지만 머지 않아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 또한 제기될 것이다.
어머님을 모시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젊은 부부는 앞으로 전개될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가족 구성원의 사생활 보호를 원했고, 획일화된 건물 형태를 피하고 싶어했다.
“지붕을 모임 지붕으로 해야 한다는데… 괜찮을까요?”
건축주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지구단위 계획은 ‘지붕의 형태는 모임 지붕, 평 지붕은 전체 지붕의 3/10, 지붕의 구배는 3/10~7/10 사이’. 이 지역에 적용된 지붕에 관한 규제이다. 이 집의 이름 ‘337 ROOF’의 유래이기도 하고, 이 지역 집들이 획일화된 지붕 모습을 가진 이유기도 하다.
형식을 강요하고, 형태의 유연성을 옭아매는 규제에는 강한 의구심을 품지만, 때로는 디자인의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 집을 계획하면서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가족 구성원의 사생활 보호와 함께 내부 각각의 공간이 독립된 공간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규제에 맞추되, 단지 머리 위에 얹어져 있는 지붕의 모습이 아닌 공간과 좀 더 건축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건물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존재하기를 바랐다.
집의 한 가운데에 설치된 커다란 중정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고, 실내에 채광을 끌어들이는데 유효하며, 각각의 공간들이 적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도록 유도한다. 어머니 방과 아이 방의 사이에 배치된 작은 외부공간 역시 중정으로서의 기능하면서 어머니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포켓 정원의 역할도 맡았다.
각 공간의 스케일은 각각이 갖는 기능과 지붕 규제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정됐으며, 배치는 일조와 동선 및 가로환경을 고려해 정했다. 중정을 회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복도에는 각각의 공간과 책장 등을 배치해 불필요한 동선을 최소화하고, 중정을 향한 개구부는 최대화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트렸다.
내부의 시선은 느슨해진 경계를 통하여 중정으로 확장되며, 중정에서의 시선은 지붕의 경사를 따라 하늘로 이어진다. 전체 지붕의 3/10을 차지하는 2층의 매스는 부부만의 독립된 공간으로서 드레스룸과 화장실을 설치하고 동쪽의 비슬산과 집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작은 테라스를 배치했다.
다른 공간들의 모임지붕과 달리 평지붕으로 이루어진 2층의 외장재는 알루미늄 골판을 사용해 독립된 공간으로서의 차별성을 두었으며 도로쪽에 배치해 주변의 가로환경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