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로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L’EAU design
이스터 섬은 지나친 채집에 의한 환경 파괴와 급격하게 증가한 인구, 전쟁, 외세 침략 등 외부로부터 받은 수 많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해 확실한 기록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불가사의한 모아이 석상들만이 이 곳에 문명이 존재했음을 알려준다. 삼전동에서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조선 세종 때, 한강나루, 노들나루와 함께 경강삼진의 하나로 번성하였던 지역이지만 이제는 거점을 지원하는 다세대 주거와 어수선한 상점들이 겉돌 듯 방치돼 있었다. 삼전의 현대판 모아이는 일상의 문화적 토양 위에 상업과 주거를 적층시켰을 때 발생하는 도시와 주택의 공생 구조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대지는 획일하게 구획된 부지들 위에 비슷한 규모의 4~5층의 다세대 주택이 즐비하게 서있는 동네의 모퉁이에 위치한다. 도시계획에 의해 격자로 나누어진 사각형의 부지들은 가질 수 있는 크기와 부피는 비슷하지만, 면하는 상황들은 각 대지마다 다르다. 많은 다세대 주택 촌에서 흔히 보듯, 자신만의 인지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꾸미는 화려한 조형미에 치중하기보다는, 먼저 네 면의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파사드를 가지게 될 때, 주변과의 관계를 풀어주는 융통성 있는 건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상업판매시설과 다세대주택의 이질적 경계에서 오는 부조화와 그 한계성을 극복하는 건축적 실천을 통해, 일반 점포주택의 상업적인 단순한 공간 소비가 아닌 일상의 프로그램이 결합돼 ‘문화적 생산-소비’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가 되길 바랐다. 산책이 가능한 도심 주택가 즉, 가족끼리의 산책이 자연스럽고 소소한 일상적 문화가 숨 쉬는 동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