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윤선 글 & 자료. 아키후드 Archihood WxY
이 프로젝트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화두는 ‘숨기기’였다. 우리를 처음 찾아온 건축주가 가장 먼저 이야기했던 요구사항은 각각의 마당을 갖는 객실로 구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간단한 미팅을 마친 후 방문한 대지에 서서 처음 든 생각은 대지 주변의 모습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북쪽은 울창하고 키가 큰 나무들, 수량이 풍부한 계곡, 그 뒤로 보이는 산까지 너무나 완벽했지만, 그 외의 삼면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리 내세울 만한 모습들이 아니었다. 대신 멀리 보이는 산세와 하늘만은 머물기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어 보였다. 자신들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한 객실과 그리 아름답지 않은 근경의 조합을 고려해 보니, 이 공간의 해답은 ‘숨기기’와 ‘보여주기’의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곳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려 않는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하나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만 보일 뿐, 어느 곳이 입구인지 한눈에 알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초조함과 불안감은 벽을 돌아 수정원 앞에 선 순간, 깊은 감동으로 돌아올 거라고 예상한다.
대지의 형상을 따라 배치된 객실들도 자연이 그려낸 풍경 앞에 배경이 되는 벽들만 보일 뿐 어디가 방인지 겉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나마 그 벽들도 일부는 땅속에 묻혀 그 모습을 온전히 다 드러내지 않는다. 객실로 들어가는 길마저도 최대한 좁고 길게 만들어 손님들은 객실에 들어가서야 그들만의 공간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땅의 높낮이, 벽들의 높이차와 틈새, 공간의 각도를 각각의 상황에 맞게 변화 시켜 각 방에서 모두 다른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조그만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의 지저귐, 떨어지는 빗물 등은 여기에 머물게 될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무주 구천동은 예로부터 첩첩산중에 세상과 멀리 동떨어진 오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도시에서 떠나와 이곳 서림연가에 도착한 이들은 자연 속에 숨겨진 그들만의 공간에 들어가 잠시나마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숨어서 진정한 여유를 즐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