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윤선 글 & 자료. 엠오엠 건축사사무소 M.O.M Architects
송정동의 생활 가로 : 광나루로11길
송정동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시가 저층 주거지 재생을 위한 2018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근린재생 일반형)으로 ‘송정동’을 최종 선정했다는 것이다. 송정동에서 예전의 활기찬 동네 분위기를 다시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최근 이 동네에서 ‘상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을 살펴보면, 건축가로서 회의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건물은 내부와 외부 공간이 서로 단절되어 있고 1층 상가는 가로와 적절한 관계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정동에서도 ‘광나루로11길’은 오랫동안 지역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근린생활시설이 밀집한 길이다. 1층에는 슈퍼와 약국, 빵집, 식당, 세탁소 등이, 2~3층에는 소규모 학원과 의원, 사무실 등이 차례차례 길을 따라 모여 있다. 주민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는 이 길목에서 거의 모든 생활의 편의를 해결할 수 있다. 광나루로11길은 곧 송정동의 ‘생활 가로’인 셈이다.
문을 열면 골목
송정동의 중심 생활 가로인 광나루로11길에 새롭게 지어질 이 건물은 이 길에서 실마리를 얻어, 생활 가로의 역할을 건물 내부까지 확장하고 연장하는 방향으로 설계 개념을 발전시켰다.
좁은 동네 골목길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여 다양한 소규모 상가를 활성화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계획하고, 전면 광나루로에 면해 쌈지 공간을 계획하여 보행자와 상가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자 했다. 1층부터 시작되는 건물 한가운데 계단은 순환하며 골목처럼 건물 상부로 확장된다. ‘문을 열면 골목’이 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올드앤뉴 Old & New
송정동 일대에서 주를 이루는 1980년대 건물들은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마감 방식을 통해 멋을 내고 특유의 장식적 캐릭터를 드러내고 있었다. 조적식 줄눈의 붉은 벽돌과 보수가 용이한 흰색 페인트 벽이 가로띠 조합 형태로 사용된 모습을 흔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실내의 바닥 마감은 소위 ‘도끼다시’라 불리는 테라조 샌딩을 상투적으로 사용했고, 실외는 거의 거친 잡석 노출 콘크리트 미장으로 마감했다. 이러한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송정동의 거리 풍경은 유난히 친밀하게 다가왔다.
지금은 그러한 1980년대 의장 요소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간단해 보이지만 대부분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방식으로, 시공에 있어 인건비가 상승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 이 건물이 송정동이 간직한 고유의 풍경을 닮아가기를 원했다. 오래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공법과 재료를 통해 오래된 송정동의 모습과 속성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랐다. 송정동의 또 하나의 모습을 만들어 갈 이 건물이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나아가 동네의 ‘익숙하지만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