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아키리에 Archirie
건물이 위치한 도룡동은 1993년에 대전 엑스포가 개최되고 우리나라 대표적 과학기술단지인 대덕연구단지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엑스포 부지는 대규모 복합문화단지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주변 아파트의 재건축과 함께 기존의 상업 인프라는 빠르게 갱신됐다.
대지는 분주한 주변 한 편에 정체된 시간의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고즈넉한 주택단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북측의 상업공간과 남측의 주거공간 사이에서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건축주의 의지는 두 축의 시간의 흐름 사이에 본 건물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주거와 상업공간이 혼재된 주변 환경 속에서 가족 구성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층은 도로 측에 버퍼존(현관, 주방, 팬트리, 욕실)을 설치하고 그 안쪽에 주 생활공간을 배치했다. 내부 계단을 지탱하는 노출 콘크리트 벽을 축으로 도로측의 버퍼 존buffer zone과 각 공간은 회유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동선의 기능성을 높였다.
개구부를 극대화해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흐트러진 내부 공간은 외부의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외부의 다양한 환경을 내부에 반영시킨다. 또 내부를 외부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깨끗하고 단정하며 밝은 공간을 선호하는 건축주의 취향이 반영된 화이트톤의 VP 도장과 그와 대비되는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해 내부 공간에 긴장감을 주었다. 차량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인식했고, 이는 주차장을 조망할 수 있는 구성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다.
건물 외곽선을 따라 테라스를 설치해 외부환경과 내부환경 사이에 적정한 거리를 확보한 2층은 외피에 루버를 설치해 외부환경과의 완전한 차단이 아닌 긴장된 관계를 의도하였다. 루버 사이로 언뜻언뜻 나타나는 밖의 시퀀스는 외부와의 관계를 규정하고 비일상의 장면을 연출한다.
주택가의 주변 환경을 고려해 최소한의 재료와 차분한 색채 대비를 검토하였고, 1층과 2층의 매스를 유리로 구획함으로써 각 매스를 규정짓고 전체 매스에서 오는 무게감을 경감시켰다. 2층의 스타코플렉스와 교차되어 설치된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는 매스에 리듬감을 주고 스틸 본연의 물성은 고즈넉한 주변 환경에 작은 변화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