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무이건축사사무소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제안
새로운 생활을 상상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그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설계 또는 디자인을 넘어선 ‘제안’이다. 제안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측건대 많은 디자이너와 설계사들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제안’을 한다. 이 새로운 제안을 접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모습의 생활을 상상하거나 만들어 간다면, 그 제안은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제안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다루게 되는 요소들이 있다. 벽, 천장, 바닥, 문, 창문, 계단, 그리고 가구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생활 방식을 상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요소들의 배치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를 관찰하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지의 특징을 해석하면서 새로운 배치가 시작된다.
땅에 대한 제안
평범하고 아늑한 마을 길의 끝자락에 위치해 북쪽의 커다란 고목(古木)을 배경으로 하는 대지. 남쪽으로 대지가 점점 낮아져 고목과 숲이 있는 북쪽 부분이 3m 정도 더 높다. 큰 나무 그늘 아래를 정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 정원(main garden)을 북쪽에 만들기로 했다. 추후에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정원 조경이 추가된다면, 기존의 큰 나무와 어우러지는 멋진 숲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자작나무 숲을 만드는 것도 좋다. 앞으로 더욱 멋진 숲 정원이 될 수 있는 이 나무 아래 공간과 연계된 내부 공간을 상상해 보았다.
내부 공간에서 커다란 나무를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북쪽 입면을 모두 창문으로 계획했다. 다만 개방감으로 인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어, 실내 바닥의 높이를 북쪽 정원의 바닥보다 약 1미터 정도 높였다. 마치 원두막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이 공간은 건축물의 2층 바닥이 되어 이곳에서 북쪽 통창을 통해 정원과 큰 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
커다란 창문과 넓은 정원, 그리고 나무의 스케일에 맞춰 2층은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벽을 나누지 않고, 화장실과 같은 개별실 없이 거실과 주방을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했다.
지붕은 목구조를 택해 하부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 커다란 원두막 같은 공간은 북쪽의 ‘나무 아래 정원’과 하나가 되어 가족 모임, 이웃과의 만남 등의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 됐다.
이벤트 공간과 일상적 공간의 공존
반면에 1층은 모두 일상적인 공간으로 배열했다. 각 공간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가급적 작은 면적으로 구성해 관리가 용이하도록 했다. 이러한 대비와 조화는 마감 재료 구성에 적용했다. 외부 공간과 적극적으로 연결되는 2층은 목재와 콘크리트 노출로 마감했고, 이 조합을 1층의 합판 천장이 받쳐주는 구조다. 1층 바닥은 백색타일로 마감해 공간의 성격 차이를 나타내려 했다. 정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계단과 2층 바닥은 자작나무로 통일했다.
꿈의 집
‘상상했던 그 공간’, ‘꿈꿔왔던 집’이라는 표현으로 집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의 연락을 받는다. 상징적인 외부 공간과 ‘크게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커다란 내부 공간에 대한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신 분들이라고 추정된다.
앞으로도 일상적인 공간과 이벤트 공간의 적절한 혼합을 통해 새로운 생활 방식에 대한 욕구와 도전에 대한 긍정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건축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