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경섭  글 & 자료. 에이라운드 건축 a round architects

 

구부러진 공간과 세 갈래 공간
하나의 필지로부터 시작되는 두 집은 같은 면적·같은 비용·같은 재료·같은 어휘를 쓰지만, 공간의 성격이 드러나는 문법은 달리 출발한다. 대지 위 배치에 따라 각 건물은 다른 대응을 하는데, 도로와의 관계에 따라 주변 대지와의 관계에 의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두 집의 배치는 땅의 형상과 도로와 접하는 방식에 의해 자리 잡게 되고, 함께 만날 수 있는 내밀화된 외부 공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두 집이 내부에서 전개되는 공간의 경험은 서로 다르다.

 

굽은집은 도로에서 입구가 시작되고 공간의 형상이 선형과 같은 형식이며, 갈래집은 가운데 마당을 거쳐 입구가 형성되고 건물의 중심을 기점으로 세 방향으로 펼쳐진 공간으로 형성되었다.
굽은집은 하나의 통로를 다양한 방향으로 외부를 볼 수 있도록 외부 지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중간 지점에 선큰sunken을 두었다. 반대로 갈래집은 내부 지향적인 구조이며 가장 넓은 중앙 공간을 통해 각 공간으로 펼쳐진다.

 

각 공간의 성격은 벽의 위치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천장의 형태에 의해 성격이 부여된다. 공간의 분할에서도 막힌 공간과 열린 공간을 선택하며 다양한 공간의 성격을 만들어 고정된 분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공간의 형태는 우발적이거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하나의 공간이지만 그 공간의 성격은 천장의 형상에 따라 경계를 만든다. 벽의 움직임은 공간의 성격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벽으로 분리되지 않을 때는 천창으로부터 유입되는 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드러낸다. 건축은 내부를 만드는 것도 외부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내부와 외부 사이의 모호한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드러난다.

 

 

두 집과 두 집의 이웃
두 집의 관계, 두 집과 이웃의 관계도 고정된 관계가 아닌 자유롭고 변화 할 수 있는 유동적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도로와의 관계가 부담되는 위치이기 때문에 도로에서 집이 어떻게 보이고 무엇을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단지, 경계를 만들고 차가운 벽을 대면하는 방식의 관계 설정은 이 동네에 대한 태도로 적합하지 않았다.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각각의 풍경과 내용을 다양하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그것이 첫 출발이다.

 

 

동네와 집의 사이에는 담이라고 하는 벽 하나로 관계가 정리되지 않는다. 집과 도로 사이에는 길과 풀과 부드러운 둔덕으로 중첩된다.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길에서 집이라는 영역의 농도 속을 서서히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중첩된 레이어들은 동네와의 관계를 설명해 준다. 

 

 

고정된 형태는 고정된 관계를 만든다
집 내부의 경계를 고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방식으로 모호하면서 유연한 건축을 구상했다. 움직이는 판들은 위치에 따라 공간을 느슨하게 나누고, 요구되는 기능에 따라 공간을 부여한다.
이 집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여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된다. 하나의 공간인 동시에 여러 장소여야 하며,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해야 한다. 각각의 공간이 떨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고 거리감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공간이 공존한다. 부분과 전체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되는 유연한 공간의 제안이다. 시간이 흘러도 대응할 수 있는 원초적인 하나의 방으로부터 출발한다.

 

 

느슨한 관계
문이자 벽(판)의 형식은 각 공간의 성격을 말하고 그것은 각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드러낸다. 느슨한 경계는 느슨한 관계를 말한다. 각 공간은 움직이는 판에 의해 공간의 크기와 형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하나의 방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기능에 따라 분할되면 그 분할되는 방식에 따라 연접한 공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상호작용을 통해 각 공간이 관계를 맺게 되며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한 공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 판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의 질서가 달라지고 불안정의 질서를 만들고자 했다.

 

 

움직이는 판과 입체적인 천장
움직이는 판을 위해 바닥은 평평하고 벽은 가구로 둘러싸여 단조로운 구성이다.  움직이는 판의 크기와 영역 그리고 두 판이 만나는 지점이나 방식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공간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관계와 기능도 변한다. 입체적인 천장은 움직이는 판의 위치에 따라 공간의 분할이 시작되고 공간을 분할하는 다양한 방식이 전개된다.

 

 

 

‘신화리 주택’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4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