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디에이엘 건축사사무소 DAAL
가장 편한 공간
내가 가장 편안해하는 집은 어떤 것일까? 홍제동과 딱히 연고가 없지만 우연의 겹침으로 이 땅에 집을 짓게 된 개성 넘치는 부부. 그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몇 가지 리스트를 만들었다. 높은 층고, 탁 트인 공간, 코너창, 중정, 천창! 이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하나하나 실현하는 것은 힘들지만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일상과 일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일을 하는 공간을 하나의 건축에 담는다. 일상과 작업의 동선을 분리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연결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1층은 작업의 공간이며, 건물과 동네가 만나는 장소였다. 길에서 바로 진입하지 않고 앞쪽의 작은 마당을 통해 진입하는 것은 방문객과 거주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였다.
2층과 3층은 완전한 삶의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잠시 일에서 분리되어 낮잠을 자기도 하고, 조그만 중정에 놓인 안락의자에 몸을 맡길 수도 있다. 퇴근과 출근이 누구에게나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니까.
불필요한 것들의 제거
1년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게스트룸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건축주의 생각은 확고했다. 방으로 나눌 필요가 없어지니 많은 벽들이 사라졌다. 벽지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없애니 거푸집을 떼어낸 벽에 페인트 도장도 좋았다. 코너창의 프레임을 없애니 더 넓고 시원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을 자주 하지도 않는데 커다란 주방은 필요가 없었다. 딱 필요한 만큼의 간결한 주방이 들어왔다. 평수, 방의 갯수, 남들이 다하는 마감에 대한 생각을 버리니 오롯이 부부만을 위한 공간이 찾아왔다. 이런 집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