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유영 글 & 자료. 제이와이아키텍츠 JYA-RCHITECTS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양지 발트하우스’는 이미 1, 2, 3차에 걸쳐 조성된 전원주택단지이다. 잘 알려져 있듯 당시 이타미 준, 최문규, 김승회 소장 등 유명 건축가와 조명 전문가가 참여해 녹지와 건축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성한 덕분에 단지 전체가 매우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 마지막 남은 대지에 약 27세대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계획했고, 본 프로젝트는 그중 첫 번째 주택이다.
마스터플랜을 계획하며 세 가지 조건을 전제하고 시작했다. 첫 번째는 ‘양지 발트하우스’ 하면 연상되는 기존의 이미지, 즉 박공지붕과 붉은 벽돌이 주는 느낌을 이어가는 것이다. 앞서 조성된 1, 2, 3차와 마지막으로 조성되는 4차가 이질적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단지라는 이미지로 느껴지기를 바랐다. 또한 이것이 마스터플랜을 통해 단지를 조성하는 주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평면을 효율적이고 촘촘하게(compact) 구성하는 것이다. 대지는 건폐율 20%로 개별 필지당 건축 면적이 25평 내외이다. 따라서 요구되는 공간 구성과 예상되는 수요층을 고려했을 때, 면적은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평면은 촘촘하게 구성해야 했다.
세 번째는 전체 필지가 구성된 형상과 주변의 관계를 고려하자는 것이었다. 4차 대상지는 원형으로 회전하는 동선을 따라 필지가 연결돼 있다. 이 부분은 일자형의 가로를 따라 형성된 이전 필지 계획과는 달랐다. 또한 4차는 전체 단지의 끝에 위치해 주변에 단지가 노출된다. 외부를 향한 전망을 갖는 동시에 외부에서 단지가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다방향의 내외부 시선을 갖는 조건을 고려해, 의외성이 있는 흥미로운 풍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 유닛의 형태를 다각형 다면체로 다듬었다.
각 유닛에서는 전면에 앞마당, 후면에는 뒷마당을 뒀다. 도로와 남향을 향해 개방된 앞마당과 아늑하면서도 여름에는 그늘이 져 시원한 뒷마당은 쓰임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마당과 이어지도록 거실과 다이닝 공간을 배치했다. 이로써 앞마당-거실-다이닝-뒷마당은 이어지고, 내외부 공간은 관통하며 확장한다.
내외부를 연결하는 공간은 계단과 보이드void를 통해 수직으로 확장되며 지하부터 2층을 연결하는 중심 공간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공간 안팎의 수평·수직적 확장과 연결을 통해 공간은 풍성해지는 한편, 자연의 변화와 함께 늘 새로워질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 사는 이가 일상에서 날마다 풍성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각 유닛은 남향이지만 동시에 외부로 향하는 전망을 갖도록 서로 조금씩 틀어 배치했다. 이를 통해 남향, 뒷마당, 외부를 모두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지하는 경사진 대지 레벨을 활용해 지하에서도 외부를 함께 누리도록 했다. 외부와 이어지는 곳에는 취미실, 파티룸, AV룸 등으로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알파 공간이 있다. 지상 1층에는 외부와 연결되는 거실, 다이닝, 주방과 게스트가 이용할 수 있는 침실이, 2층에는 마스터 침실과 작은 침실이 있다.
이 집은 주택이지만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단지 전체로서의 완성도가 더욱 중요했다. 또한 각 필지가 가지는 물리적 조건을 고려하되 쾌적하고 풍성한 주택 공간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어쩌면 건축주가 있는 주택 프로젝트보다 좀 더 과감할 수 있었고, 건축적 논리를 깊이 반영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