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현경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엠오씨 moc Architects
부산의 대표적인 산만디(산꼭대기를 일컫는 부산 사투리) 동네인 전포동은 산복도로에 면해 제멋대로 구획된 작은 필지 위에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그 사이에서 엄지손가락을 척하니 들어 올린 것 같은 모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물이 바로 ‘엄지척 하우스’이다.
건축주는 43㎡의 대지에 가능한 최대의 연면적으로 건축하길 원했다. 건폐율 60% 규정을 지키려면 24㎡ 안에 일조사선규제까지 고려해 계획해야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엄지손가락을 든 형태가 만들어졌다.
우선 사선제한이 없는 지면에서 9m까지는 3m씩 3개 층으로 나누었고, 절반 이상이 사선으로 잘려 나가야 하는 4층은 좁은 면적을 보완하기 위해 사선 모양을 유지한 채 높은 천장고로 계획했다.
가장 큰 고민은 계단이었다. 계단이 차지하는 면적과 부피를 줄이기 위해 금속판의 원형 계단을 제작했다. 반지름 90㎝ 너비는 양손으로 짐을 들고 오르내릴 수 있는 최소 폭이었고, 계단 남쪽 면의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은행나무 한그루의 풍경은 돌음계단의 지루함을 보상하기에 충분하다.
주변의 주택을 배려해 창의 위치와 크기를 계획했다. 1층의 세 면은 미닫이 창호로 때때로 열고 닫으면서 외부공간과 확장할 수 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건물이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3, 4층은 복층형 원룸이다. 주생활 공간인 3층은 마주한 건물을 피해서 가장자리에 창을 두었는데, 해질녘 노을진 하늘과 내려다보이는 시가지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사선제한으로 줄어든 4층은 옥상 테라스로 나가는 동선이자 침실로 사용된다.
4층에서 이어지는 옥상은 후면의 아파트 주차장 옹벽 위로 빼꼼히 솟아 올라와 있다. 아파트 1층과 마주하고 있는 옥상에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야경은 건물의 크기를 잊게 한다.
외부는 같은 면에 맞춰 타일과 유리로 마감했다. 이는 건물의 단순한 형태를 더욱 완전하게 보이게 하고, 자투리 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시공자의 노고에 작지만 완성도 높은 건물로 완성됐다.
두세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공간에서 치열하게 건물을 지어올리던 건축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았지만, 개발의 광풍에서 빗겨서 있는 작은 땅에 의미 있는 가능성을 이 집이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