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아키텍츠601 Architects 601
단순함과 순수성의 미학을 주택에 담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귀촌살이를 위해 마음으로 손수 하나하나 챙기어 집을 지어드리고자 애쓴 건축주의 깊은 효심이 순수무구한 백색의 건축에 담기어 땅과 하늘 사이 길 위에 태어났다. 대지와 뒷산의 자연 환경을 품고 기하학의 단순한 상자 속에 바람길을 내고 태양빛을 담는다. 다양한 재료와 물성을 드러내지 않고 건축과 재료의 간결함과 단순함의 미학으로 순수성을 예찬한 건축가는 심연이 담긴 주택으로 건축이 지닌 본질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계획했다.
건축주가 매입한 대지에는 30년 정도 지난 오래된 구옥이 있었고, 구옥을 철거한 후 건축의 배치 및 시공을 진행했다. 앞마당을 조금 더 여유있게 쓰고 인허가 면적 30평 내외로 아담하고 실용적인 주택을 바랬던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하였다.
또한 기존 대지 레벨이 낮아 도면 이면에서 건축의 주목성이 낮았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성토 작업을 통해 건축 자체의 레벨을 높게 시공해 전면성과 주목성을 부각시키도록 계획했다.
자연과 대비되는 기하학적 건축의 형태는 깨끗한 미색의 스타코플렉스 마감으로 자연을 온 몸으로 품어내는 순수무구한 백색의 도화지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 백색 도화지에 나무결의 깊은 우직함과 태양빛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짙은 음영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담고 시간의 흐름만큼 다채로운 풍경으로 건축주 가족의 품에 안긴다. 그렇게 가족들의 시간과 바램을 담아 생활 속에 안락하고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길 바라며 본 주택은 ‘기쁨의 주택’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미니멀리즘과 고전미
이 주택의 콘셉트는 미니멀한 ‘모더니즘’을 표상으로 고전적인 개념인 ‘축과 대칭’에 대한 언어를 동시에 담고 있다. 그것은 건축주가 바랬던 ‘하얀 집’과 설계자로서 대지를 보고 직관적으로 떠오른 ‘빌라 사보아’에 대한 오마주로서 기능과 미학을 동시에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창의 개구부의 비례와 반복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표현하며, 빛의 음영에 따른 그림자의 유희는 건축의 단조로움에 자연의 흐름을 정직하게 드러내며 백색 건축의 깊이를 더해 준다.
중심을 지탱하는 축의 주출입구는 내부에서 뒷산의 풍경과 일치되어 하늘의 빛을 끌어내리고 빛의 파노라마를 공간으로 관입시킨다. 거주자는 다양한 시간의 흐름 가운데 빛과 공간의 조우, 공기의 순화를 경험하며 공간의 다양성을 마주한다.
작은 우주, 그것은 바로 단순한 기하학 박스 안에서 결코 단순하지 않은 여러 현상들이 어우러져 보이는 세계 너머의 다채로운 경험과 인식의 장이 되어주는 ‘거주’로서의 기능에 가장 진실된 주택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