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이한 건축사사무소 Lee.haan.architect
서대문구 연희동은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의 거주지 중 한군데였다. 대지 주변 마을의 풍경을 들여다보니 공통의 특징이 몇 가지 읽혔다. 그 중 한 가지가 경사지 아랫 면에 주차장을 두고 그 위에 집을 앉혀 놓아 도로에서 1층 높이 이상의 높은 담을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대지는 남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해 있었다. 사거리에는 조선 중기 장희빈이 사용했다는 우물터가 있고, 남서쪽 방향으로는 작은 공원이 있어 동네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장소이다. 그래서 주변 집들과는 다른 집 앉히기 방법으로 비워진 모퉁이에 집이 들어섰을 때의 답답함을 완화해 주고 싶었다.
경사지 아랫면에 주차장을 위치하고 만들어진 단 위에 1층은 남북방향의 일자형 매스를 앉히고 2층은 동서방향의 일자형 매스를 교차되게 얹혀서 집의 형태를 남서쪽 공원으로 열린 ‘ㅓ’자 형으로 계획했다. 필로티가 형성된 사거리 모퉁이에 주출입구가 계획되어 필로티 하부를 통해 현관과 마당으로 출입하는 구조이다.
필로티 하부에 비워진 공간은 외부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전이공간이 되었고 남서쪽 공원으로 열려 있는 안마당의 시선을 북쪽 마을풍경으로까지 확장시켜 준다. 더불어 지하주차장에서 비를 맞지 않고 집으로 오를 수 있게 되었고, 마당은 항상 바람이 통하게 되었으며 사거리의 풍경은 이곳을 통해 열리게 되었다.
대지의 북측에는 단을 낮추어 안방을 위치시켰다. 동네길과 마당의 중간 레벨의 단은 안방 전면의 작은 마당이 되고 안방은 마치 별채처럼 독립된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실을 배치하지 않아 동네길에서 대면하게 되는 매스를 낮추어 부담을 줄였다.
2층에서도 실을 채워 집을 늘리기보다는 외부공간을 만들었다. 매스를 움푹 파들어간 이 외부공간은 2층에서도 흙을 밟고, 꽃을 심을 수 있게끔 하였고 내부 복도와 계단까지 빛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부는 돌을 깔아 외부공간과 면한 보조주방에서 요리한 음식으로 가족파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