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ADMOBE Architects
파견근무 차 유럽에 거주하던 부부는 오래전부터 살았던 서울 연희동 부모님 댁을 증축하고자 했다. 1층은 부모님의 공간으로 꾸미고 2층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만들 계획이었다. 때마침 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증축으로는 자금 확보가 어려웠던 건축주는 신축을 하기로 결심했다. 당초 2층에는 다락방만 가진 최소한의 집을 짓고자 했으나, 인허가 과정에서 다락은 3층으로 변경되었고, 마당이 있는 실내 면적 47평의 3층 단독주택을 짓게 되었다. 덕분에 동네에서는 부자집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우연치 않게도 아버님 부부와 젊은 건축주 부부는 모두 목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기존 집의 마감재도 그렇고, 갖고 있는 가구들도 대부분 원목가구로 목재에 대한 애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출 문제까지 겹쳐 조금이라도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목조주택으로 구조가 결정되었고, 목조주택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부분적으로 중목구조를 사용하였다. 거실의 목재 기둥과 보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가족 모두를 위해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동향 배치인 집을 증축으로 계획하던 터라 신축이지만 동향집으로 계획했다. 어차피 남쪽으로 4층의 주택이 있는 상황이라 남향의 채광 대신 연희동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을 갖게 되었다. 집의 위치도 궁동근린공원에서 가까운 산자락이라 집 이름을 ‘하늘마루집’이라고 붙였다. 하늘마루집은 ‘하늘 바로 밑’을 뜻한다.
2층 테라스에 나가면 하늘이 참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는 이 집은 하늘을 맞아들인다는 뜻으로 ‘하늘마루집’이라 부르기로 했다. 다올재는 ‘이 세상 좋은 일이 다 들어 온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건축주 부모님은 이 ‘다올’에 왕실 가족의 거처로 쓰인 ‘재’를 붙여 ‘다올재’라 이름 지었다.
집에서 김장을 하시는 어머니는 주방과 연결된 다용도실을 요청했다. 1층의 주방은 거실을 지나 앞마당으로 연결된다. 앞마당과 다용도실 사이에는 장독을 묻을 공간이 마련되었다. 1층은 주방, 거실과 함께 부모님을 위한 방과 욕실, 그리고 전용으로 쓰실 수 있는 마당을 배치했다.
2층은 젊은 건축주 부부의 공간으로, 부부 침실은 남쪽 방이 아닌 연희동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북쪽 방으로 정해졌다. 남쪽방은 아직 문을 달지 않아 서재 공간으로 쓰고 있는데 거실 위쪽의 넓은 테라스로 나가면 연희동의 넓은 하늘이 보이는 ‘하늘마당’이 펼쳐진다. 추후에 아이가 생기면 서재를 아이방으로 꾸밀 계획이다.
2층 두 개의 공간은 모두 다락으로 쓰이는 3층으로 공간이 연결된다. 작은 집이지만 곳곳에 복층의 공간이나 높은 층고의 공간이 있어 입체적인 단독주택으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