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유영 글 & 자료. 지랩 Z_Lab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 공간
춘천 끝자락 오월리에는 오래전 폐교 후 방치된 가덕분교가 있다. 우리는 원목 가구 공방 비플러스엠과 함께 이곳을 가족을 위한 복합 공간 ‘오월학교’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69년 개교한 가덕분교는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였으나 1982년 폐교된 후에는 오래도록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이었다. 아름다운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다시 아이와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아이들이 맘껏 자연을 체험하고 가족이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폐교되기 전 학교의 정식 명칭은 지암국민학교 가덕분교였다. 자료가 남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교실 2개와 강당, 별동의 식당과 사택이 남아있었다. 1982년 폐교 후 기도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되살아나게 된다. 비플러스엠은 이 폐교를 그들의 생각과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우리는 가구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재료인 ‘나무’와 핵심적 프로그램인 ‘목공’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공방에 가족이 모여 간단한 목공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만든 소품을 운동장에서 사용해 보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 가족의 추억이 깃드는 공간을 그려보았다. 네 채의 학교 건물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목공을 배울 수 있는 목공 창작소, 가족이 함께 지내는 스테이, 언제든 따뜻한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레스토랑과 카페로 탈바꿈했다.
폐교 재생과 기억의 보존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이슈는 ‘어디까지 남기고, 어디까지 새롭게 만들 것인가’이다. 기본적인 기능과 안전, 구조 보강이 첫 번째다. 다음으로 중시해야 할 부분은 그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남길 요소를 발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오래된 공간을 철거한 후 새롭게 건축하는 일은 쉬우나, 그곳에 응축된 시간을 이 시대의 사람들이 기억하도록 하는 일은 어렵지만 중요하다.
우리는 운동장과 기단부의 조경과 스탠드, 그리고 학교의 입면이야말로 이 장소에 담긴 기억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빈 운동장을 다양한 높낮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가능성은 크다고 보았다. 더불어 무심한 듯 세심하게 반복하며 만든 입면과 창호는 1970년대 전형적인 학교 건축의 의미를 살리는 한편 실내와 운동장을 연결하는 프레임을 구축한다.
본동 내부는 원래 교실 2개와 강당 1개로 이뤄져 있었다. 우리는 창호를 통해 들어오는 풍경과 빛을 최대한 끌어들이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 사이의 벽을 철거했다. 이는 원래 건물의 외벽이 콘크리트로, 지붕은 목재 트러스truss를 사용해 큰 공간을 만든 후, 그 사이 간벽을 비구조벽으로 만들어 구획돼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잘 보존돼 있던 지붕 목재 트러스의 구조를 실내 공간에 노출함으로써 보다 깊은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지금 스테이로 사용되는 곳은 작은 강당 자리였으며 바닥에는 나왕으로 된 마루가 깔려 있었다. 마루 밑바닥은 기초 공사나 방수 공사가 되지 않았던 데다 평면을 변경하기 위해서도 마루를 철거해야 했다. 그러나 마루의 보존 상태는 좋은 편이어서 이 오래된 나무를 버리지 않고 옛 기억을 조금이나마 남기고 싶었다. 전체 공간을 감싸는 벽에 예전 마루의 나무를 재사용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머지 작은 건물을 구성할 때도 건물의 매스감은 보존하면서 조금씩 변형했다.
특히 레스토랑 자리는 원래 학교 급식실과 주방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본동은 기도원으로 개조하면서 마감재의 변형이 있었던 데 비해, 이 자리는 그렇지 않아 달라지는 기능에 온전히 대응하기 적합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
주된 비즈니스 모델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되겠지만, 아이와 가족을 위한 목공 교실과 가변형으로 사용 가능한 소규모 클래스 공간은 ‘학교’라는 의미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운동장은 실내에 한정된 닫힌 공간이 아니라 자연으로 열려 아이들이 더욱 자유로운 경험을 하는 장이 된다.
작지만 아늑한 다섯 개의 스테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다 여유롭게 즐기게 하는 한편, 이곳에서의 추억을 깊게 각인할 수 있는 숙소로서 오월학교를 더 의미 있는 곳으로 완성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