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디자인오 DESIGN5
2017년 어느 봄날, 일본에서 협소주택 생활경험이 있는 젊은 부부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순수하고, 밝으며, 실용주의적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분들이라는 것을 몇 마디만 나눠도 금새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일본 유학시절 가장 행복했던 추억 중 하나를 아침마다 동네에 있는 작고 따뜻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정성스럽게 만든 디저트와 함께했던 시간을 꼽았고, 그 기억으로 일상의 소소함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들이 집을 짓기로 결심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 거래가 상승에 따른 매입의 어려움, 과거 일본생활의 협소주택에 대한 그리움, 갓 태어난 아이에게 좀 더 나은 환경 제공 등 복합적인 생각이 작용했다.
이 젊은 부부가 선정한 대지는 좁고 길었으며, 양쪽에는 다세대 주택의 건물이 있어 조건이 좋지 않은 땅이었지만, 미니멀 협소주택 건축형태로 접근했다. 다행히도 첫 미팅 때 두 사람의 요구사항은 일치했다. 1층은 건축주가 직접 운영하게 될 카페, 2층과 3층은 주택, 협소주택의 파사드, 건식 형태의 화장실, 부부의 방, 아이방, 손님이 오셨을 때 사용가능한 게스트룸, 화장실 2개, 주방, 거실, 다용도실이 있었다.
다른 프로젝트의 설계와 다소 다른 점은, 대지가 갖고 있는 절대 조건에 의해 건축물은 좁고 긴 형태의 매스로 단점이 많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의 단점을 극복하는 설계의 구성은 어려운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는 것처럼 우리에겐 몹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1층 카페는 건축의 지형적 형태와 건축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담아낸 공간으로, 소통하고 경험하는 공간을 지향해 언덕 위의 카페라는 뜻으로 ‘오카 드 코히OKA DE KOHI ‘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카페는 건축주가 직접 운영한다.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 담백한 비주얼의 음료와 디저트를 정성스레 만들어 제공한다. 제공되는 메뉴만 봐도 건축주의 성향과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좁고 긴 공간에서의 첫 번째 숙제는 건축물의 중심에 빛을 들이는 일이었다. 3층 일부는 외부로 분리시켜 중정을 두어 나무를 심고 작은 즐거움과 빛을 주었으며, 내부계단 위로 천창을 내어 2층 아래까지 빛을 흐르게 했다. 또 높거나 낮은 창의 구성으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빛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했다. 좁고 길게 배치된 건축물의 매스 덕분에 말을 하지 않아도 건물을 마주하는 첫 인상은 협소주택의 느낌을 주었다.
억지스럽거나 과하지 않도록 매스 형태와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송판노출 콘크리트 마감재를 선택했고 콘크리트 컬러도 엄선했다. 개방감이 있으며, 외부 파사드와 잘 어울릴 수 있는 프레임 컬러의 시스템 창호를 선택했고, 지붕은 아연도 징크를 선정했다.
건물 외부 계단과 입구 공간은 콩자갈 노출 포장과 송판 노출 콘크리트 마감은 장식을 배제한 실용주의, 기능주의 건축물의 표현이다. 나아가서는 일부로 멋을 내려고 치장하는 일이 없는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는 가족의 또 다른 인상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2층과 3층의 내부도 모든 디테일을 미니멀하게 표현하되, 동양적인 색감과 선으로 구성했다.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 커스텀화된 문틀, 실린더 가죽 디테일, 계단 핸드레일 디테일, 매립형 유리 휀스, 아일랜드 주방의 유리 벽체, 융 스위치의 배선기구의 선택 등… 모든 것은 억지로 멋을 낸 것이 아닌, 기능주의 건축적 요소이며 깨끗함과 따뜻함을 담아내는 요소다.
2층의 화장실은 건식으로 양변기와 샤워기를 분리된 공간에 두었으며, 게스트룸은 큰 도어의 사용으로 평소에는 열어 두어 홀처럼 구성해 개방감을 주었다.
집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기록의 공간이다. 이사를 하는 날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이 주택은 어렸을 적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