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적정건축 OfAA 정리 & 편집. 박시은 인턴
‘운중동 국민주택 1호’는 건축주의 어머니가 혼자 사실 작은 집이다. 어머니는 과수원집 딸로 자라 꽃과 나무를 좋아하시고, 여러가지 화분을 키우며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분이라 했다.
독특하게도 건축주의 요청은 주택의 전용 면적을 국민주택 85㎡ 규모로 맞춰달라는 것이었다. 많은 가족이 거주할 주택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큰 규모의 주택은 관리와 사용이 효과적이지 않으니 아담하게 지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규모를 줄여달라는 주문은 이례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장기임대주택으로서의 세금감면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을 장기임대주택으로 지자체와 국세청에 등록하고, 8년 이상 임대료를 정해진 비율 이하로 인상하고 임대를 유지하면 양도소득세 등의 감면 혜택이 있었다. 세법이 만들어낸 제한조건이었지만 어머니의 집으로 그 정도의 전용 면적이면 좁아서 불편한 공간은 아닐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 집은 시니어 주택으로서 배려를 고려하고 국민주택 규모에도 공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큰 축으로 삼고 출발했다. 어르신이 사시는 집이 응당히 갖춰야할 무장애 설계, 안전한 핸드레일, 낮은 가구, 앉을 공간이 많은 것은 기본이었다. 여기에 건축가로서 고민하는 우선 과제는 ‘외로움’에 관한 것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고독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어르신이 사회적 접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동네 사랑방 역할을 부여하는 집으로 구상했다. 다행스럽게도 애초부터 대지는 골목이 훤히 보이는 T자형 골목길 끝단 경사지에 위치해 있었다. 그 길의 초점이 되는 곳을 여타 집들처럼 건물로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경을 조성해 진입구를 열어 두었다.
경사지 조경은 완만한 지그재그로 자유롭게 산책이 가능하며, 예쁜 꽃나무와 따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는 곳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은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을 것이다. 꽃과 나무가 주는 정겨움으로 손자 손녀들에게 ‘정겨운 (외)할머니의 집’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집의 규모는 작았지만 건축주가 ‘있었으면…’ 하는 공간은 빡빡한 편이었다. 단독주택 대지이기에 25평 아파트 평면처럼 만들 수도 없었다. 따라서 국민주택 규모의 제약 사항과 대지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설계적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찾은 대안이 ‘집 속의 집’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LDK(거실, 식사공간, 부엌)가 연결된 ‘큰 집’과, 어머니 방이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인 ‘작은 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둘은 비슷한 기능을 뭉쳐 놓은 큰 원룸과 같다. LDK를 한 공간으로 연결해 컴팩트하면서도 답답하지 않게 만들되, 팬트리와 보조 주방과 같은 서비스 공간을 접이식 도어와 슬라이딩 도어로 분리해 실용적이며 깔끔하게 계획했다.
가끔 오는 가족 손님들을 위한 공간들은 큰 집의 볼륨을 갖고 다락을 만들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작은 집인 어머니 방은 드레스룸 등 사적인 공간을 쓸모 있고 보기 좋게 넣었다.
큰 집과 작은 집은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크기의 집이 있다. 중간 집의 반은 외부 중정이고, 나머지 반은 반외부공간인 썬룸이다. 중정은 다락과 함께 바닥 면적에는 들어가지 않아서 국민주택 규모를 지키면서도 집을 왜소하게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됐다. 썬룸은 경사지 조경과 연결돼 집과 집 사이 자연을 들여 오며, 겨울에는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벽난로와 여름에는 편하게 누울 수 있는 대청마루 같은 역할을 한다.
규모는 작지만 내부에는 수영장이 있다.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테라피 풀’은 건축주가 설계 초기부터 꼭 넣고 싶어했던 공간이었다. 길이 3m, 너비 1m 규모지만, 물의 저항을 이기며 걷는 것만으로 어르신께는 큰 운동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 켠에는 대중 목욕탕을 대신할 반신 욕조를 설치해 물 쓰는 공간이 기능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완결성 있도록 마무리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