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경섭 글 & 자료. 에이라운드 건축 a round architects, 마인드맵 건축 Mindmap architects
일반적으로 다세대주택은 임대공간을 최대한도로 늘리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때문에 좁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각 실로 들어가는 판에 박힌 구성이 되기 쉽다. 유일주택은 이 판에 박힌 구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로 설계를 시작했다.
먼저 거주자들이 복도에서 이웃과 마주쳤을 때 두려움이 아니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건축적인 해법을 제시하려 했다. 그게 바탕이 되어야만 거주자들이 공용 공간을 매개로 옆집 사람과 인사를 나누거나, 넓은 복도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홀로 책을 읽는 등의 활동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거주자들이 복도를 모두 함께 쓰는 작은 거실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원룸으로 대표되는 1인가구를 위한 작은 주거공간이 공용 공간인 복도로 일부 확장될 수 있다면, 다소 작은 공간에 거주할지라도 삶의 질이 어느정도 향상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프닝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들게 하고, 조명과 콘센트를 설치하고, 식물이 자라는 화단을 가꾼 것에는 그런 바람이 담겨 있었다.
각 층 조경 공간을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삼는 한편, 지하 1층에 거주자들을 위한 작은 공용 목욕탕을 만듦으로써 물리적인 유산이 보존되게 하였다.
과거 유일주택 대지에는 다세대주택이 있었고,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목욕탕이 있었다. 1980년대부터 영업했던 ‘유일목욕탕’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목욕탕에 관한 사람들의 수요가 줄어듬에 따라 영업을 중단하였다. 유일목욕탕이 문을 닫은 뒤, 목욕탕이 있던 건물을 다세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일반적인 원룸 형태의 건물에는 벽돌로 된 굴뚝은 물론, 목욕탕이 영업을 하던 시절 쓰이던 체중계도 남아있었다.
유일주택을 새로이 지으면서, 이 자리에 유일목욕탕이 있었다는 기억을 보존하고 싶었다. 건축주 부모님의 젊은 시절에 대한존경의 마음이 공간적 유산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유일목욕탕은 오랜 기간 전농동의 동네 사랑방으로 존재해 왔다. 유일목욕탕에서 다세대주택으로, 다세대주택에서 유일주택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만남의 장소에 대한 추억과 물리적 유산이 조금이라도 이어진다면 건축주 가족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나름의 의미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