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유영 글 & 자료. 유타 건축사사무소 UTAA Company
은혜의 교회 예배당은 학생들이 방학마다 수련회장으로 사용하는 자연 속에 세워진 작은 채플chapel이다. 시설의 특성상 방학 시즌은 500여 명의 사람이 모일 정도로 붐비지만 평소에는 이용자가 거의 없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은 그리 많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30~50여 명 정도가 예배드릴 수 있는 작고 따뜻한 공간을 원한다.
둘째, 한 사람이 방문하든 삼십 명이 방문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조용히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경건하고 아늑한 공간이길 바란다.
셋째, 예배당이 넓은 잔디밭 위에 세워진 오브제로서의 성격도 띤다면 좋겠다.
디자인 개념은 간단하다. 외부에서 예배당으로 진입하기 전에 전이 공간을 두어 경험하는 이에게 기대감과 긴장감을 주는 한편, 문을 열고 예배당 내부로 들어갔을 때 반전의 효과를 주고자 했다. 그와 더불어 방문객이 성스럽고 경건한 감동을 느끼기를 바랐다. 전이 공간으로 사용된 회랑 한쪽 벽면에 벽돌을 반개구 방식으로 쌓아 주변 자연과 소통하며 시간에 따라 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회랑 끝에는 천창을 설치해 하늘의 빛을 이용함으로써 진입하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예배당은 세 가지의 곡면으로 계획되었다. 첫 번째, 잔디밭을 감싸도록 세운 곡면 벽은 학생들이 많이 모일 경우 야외 예배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진입 공간에 세운 곡면 벽은 입구성을 강조하며 자연스럽게 사람을 맞이한다.
세 번째, 하늘로 높게 솟아오르는 천장의 면은 예배당 안으로 들어서는 이에게 경건함과 숙연함을 안긴다. 천창에서 떨어지는 빛은 단상에 집중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창문은 벽면 하부에 기다랗게 설치해 앉으면 밖이 보이게 하는 동시에, 기도하는 이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 또한 넓게 펼쳐진 초록의 잔디밭은 창문을 통해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콘크리트 마감을 그대로 노출한 예배당 내부는 순수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띤다. 콘크리트에 반사되는 묵직한 소리는 기도에 몰입도를 더한다. 외부는 따뜻한 느낌의 붉은 점토 벽돌로 마감해 한 장 한 장 쌓은 느낌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러운 곡면의 벽을 완성했다.
작은 예배당이지만 건축적 노력이 더해져 더 빛나는 공간으로, 위로의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