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현경 글 & 자료. 공기정원 ATMOROUND
세종시는 계획된 행정 지자체 도시로 단시간에 급성장한 도시다. 어쩌면 반타의적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은 지역인데, 그 때문인지 주말이면 텅 비어 버리는 도시의 이미지는 바쁜 주중의 도시와 다른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1호점인 ‘이도커피’는 젊은 부부가 많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됐지만, 2호점 ‘이도사유’는 도심과 조금 떨어져 사람들에게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잠시 생각을 비우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길 바랐다.
작업을 시작하면서 건축주는 상업 건물에서 중요한 요소인 ‘매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전했고, 덕분에 디자이너로서 더 자유로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커피의 맛과 공간의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반복적인 모습의 건조한 일상의 환경을 벗어나는 ‘정제’의 과정을 통해 비우고, 인상적인 ‘경험’을 통해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 ‘사유’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인상적인 경험이 필요했다. 이것은 ‘날씨의 맛’이라는 책의 글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안개는 “말랑말랑한 고치” 같다. 주위를 감싸는 손처럼 ‘휴식’과 ‘평화’, ‘고요’와 ‘평온’을 맛볼 줄 아는 이들을 감싸기 때문이다. – 날씨의 맛 中
공기 중에 빛나는 연무는 윤곽들을 흐리게 만들어 공간을 미화하고, 몽환적으로, 시적으로 만든다. 안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이미지에 공감했고, 사람들에게 ‘사유’의 경험을 제공하리라 생각했다. 분명한 형태의 윤곽을 흐리게 만드는 안개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직사각형의 단순한 건물의 출입구에 들어서면 중정을 마주하게 된다. 벽의 둘레로 배치된 사선으로 기울어진 의자의 높은 등받이에 기대고 앉으면 중정의 나무와 안개 그리고 하늘을 자연스럽게 올려다보게 된다. 천장의 사선은 중앙으로 더 몰입하도록 만들며, 중정으로 다가갈수록 보이는 하늘은 이곳이 내부가 아닌 외부임을 보여준다.
중정에는 중요한 개념인 ‘사유’의 감정을 만들어줄 안개가 펼쳐지도록 했다. 조경은 삶의 순환 메시지를 담았다. 풍파를 견뎌낸 것 같은 근육질의 줄기를 가진 소사나무를 심었고, 바닥에는 연약하지만, 생명의 시작을 알리며, 나비를 유인하는 식재로 마무리했다. 중정의 나무와 천장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은 시간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며 순환하는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중정 너머로 보이는 LED 전광판은 중앙에 가려진 바(카운터)의 위치를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며, 더불어 오른쪽으로 흐르는 글자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 삶의 순환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다. 이곳의 시간은 외부와 같이 흘러가지만 다르게 느껴지도록 하며,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공간과 디지털은 묘한 충돌을 만들어 낸다.
외관에서 보이는 재질은 바닥의 잔디, 콘크리트, 외장재 오직 세 가지다. 푸른 잔디 위, 콘크리트와 금속 재질로 이루어진 단순한 형태는 주변 환경을 받아들인다.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 날씨의 변화 등 반사되는 건물에 온전히 받아들여진다. 또한 단순한 형태와 재질을 통해 방문자들이 정제를 경험하길 원했다. 창이 없는 외관은 내부의 모습을 예상하지 못하게 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인상적인 경험을 통해 잠시 생각을 비우고 나와 만나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곳의 시간의 흐름은 다릅니다.
이도사유의 내부에서는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다. 금속 재질로 마감해 전파의 방해를 받아서인데, 누구도 이 문제를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은 ‘사유’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