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스마트건축사사무소 SMART ARCHITECTURE
인스케이프INSCAPE는 대구 시내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에 위치한 60평 규모의 단독주택이다. 건축주 내외는 건축 관련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면서 전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신만의 집을 짓는 꿈을 키워왔다.
서향집을 짓다
대지는 8m 도로에 접해 세장한 모습으로, 서쪽으로 수려한 풍광을 가졌다. 건너편에 자리한 뽕나무밭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돼 있었는데, 건축주는 멀리 주암산까지 이어지는 풍광을 집에 담고 싶어 했다.
일반적으로 서향의 집을 선호하지 않지만 땅을 구매했던 결정적 계기가 된 풍광과 답사 과정에서 받았던 인상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환경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교감하는 공간
주택 내부 프로그램의 배치는 땅의 형상에 맞게 남북으로 길게 나열하는 방식을 택했고, 서측 전면에 넓은 마당을 뒀다. 풍경에 따라 나열된 공간에서 거주자가 공간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우선 서쪽의 불리한 환경, 즉 일사량은 외부 덧문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각 공간이 화려하게 눈에 띄기보다 절제된 모습을 갖되 거주자의 이동에 따라 외부로 열린 다양한 풍경들을 실내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주방, 식당, 거실, 서재 그리고 운동실까지 1층 공간은 열린 구조의 배치 방식으로 안팎으로 확장되는 공간감을 갖고, 바닥의 레벨과 가구들로 영역이 구분돼 쓰임이 편리하도록 했다. 나열된 프로그램의 서쪽 면에는 넓은 마당을 배치해 아이들이 언제든 마당으로 뛰어나가 놀 수 있다.
역동감이 넘치는 아이들의 놀이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남향으로 배치해 이 집에서 가장 밝은 공간이 되도록 했고, 아이들을 위한 미끄럼틀을 함께 뒀다. 2층의 집합수납공간은 건축주의 요구 조건 중 하나로,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파우더룸, 샤워실, 욕실, 대변기실, 세탁실 그리고 드레스룸으로 구성돼 있다.
욕실은 중정과 서측 방향으로 열려 있어 색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아이들 방의 경우 같은 마감재지만 천장을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해 생동감 있는 공간이 되도록 했고, 두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공간이 대응할 수 있는 가변형 벽을 설치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집
대지 주변의 경관은 여름, 가을, 겨울 세 계절의 풍광은 수려하지만 봄에 피는 꽃이 없었다. 이에 마당과 대지 곳곳에 산수유나무를 심어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모든 시선에 자연을 들였다. 바깥의 풍광과 대지 안의 조경이 함께해 안팎의 경험이 더욱 풍부해졌다.
외부 마감재는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와 목재로 계획했다. 노출콘크리트의 경우, 단열과 방수 계획, 시공이 잘 이루어져야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검증된 제품과 시공팀을 투입했다. 목재 마감은 덧문의 마감을 비롯해 주택의 인상을 만드는 요소로 활용했다.
내부 마감재는 따뜻하고 밝은 톤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성 페인트, 자작나무 합판, 친환경 바닥재 마모륨 3가지로 마감했다. 각 마감재는 모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으로 선별했다.
인스케이프(INSCAPE)라는 이름을 지으며 다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이 집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풍경 속으로’, ‘풍경 안’, ‘본질’이라는 의미를 갖는 인스케이프는 이 집에 담고자 한 다양한 풍경과 전원주택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담고 있다. 이 집에 거주하는 네 식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집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