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해담건축 건축사사무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고 흙이 좋은 인제군 기린면 현리. 봄과 여름 사이면 송홧가루가 안개처럼 날리고, 겨울이 지나 초봄이 되면 탄탄하고 거름기 많은 흙냄새가 진하게 올라오는 곳이다.
대지를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이었다. 아름다운 현리 어은골에 자리 잡은 파우재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곳과 어우러지기를 바랐다. 너무 드러나지 않고 어은골의 일부가 되어 동화되기를 기대했다.
프로젝트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2015년 가을, 첫 프로젝트 미팅 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복잡다단한 사정으로 2017년 후반부터 홀딩된 후, 2018년에는 규모를 줄이고 개성 있는 작은 집을 원한다는 건축주 부부의 의견에 따라 프로젝트가 재개됐다. 우리의 목표는 집인 동시에 개성 있는 게스트하우스 스테이의 특성을 갖추는 것이었다.
모티브는 한옥의 서까래와 대들보
한옥의 처마선을 모티브로 삼아 외부로 향하는 창문은 모두 1.8m 이하로 낮췄다. 거실 공간에서 바라보는 앞산과 한국화의 바위 군락 같은 전경은 툇마루에 나가거나 앉아야만 보이도록 유도했다. 계곡 저편 산능성이와 바위 군락의 전경은 주방 영역에 가까이 다가가면 파노라마처럼 보이도록 했다.
한옥을 재해석하며 현대 목조주택의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아까운 나무를 가리고 싶지 않아 한옥의 서까래와 대들보를 모티브로 삼아, 서까래를 그대로 연장해 전부 노출시키고 입체적으로 저조도의 조명을 넣어 부각시켰다. 이는 안개 낀 날의 풍광이 최고가 되도록 만들어준 요소이다. 목조주택의 구조 뼈대가 잘생긴 나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구조용 가로부재를 한옥의 대들보와 동자기둥과 같이 노출시키고, 인공미를 덜어내면서 실내 공간을 꾸밈없이 완성했다.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의 조화
인테리어라는 개념을 별도로 분리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방의 영역에도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의 두 영역이 테두리에서 겹치도록 했다. 욕실에도 천창을 두어 자연조명인 동시에 달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고, 전망창을 배치해 잣나무 군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외장재는 흙을 주성분으로 하여 두껍게 바르는 흙미장을 선택했다. 패턴을 일일이 그려 소나무 껍질을 붙여놓은 느낌을 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인근 산자락에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되었다. 지붕은 짙은 잿빛의 슁글 자재를 선택하였다. 이는 예산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집 주변 상록수들과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