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윤선 글 & 자료. 스튜디오 프레그먼트
일일시호는 제주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관광객을 위한 프라이빗 렌탈하우스이다. 제주도는 특유의 자연 경관이 있는 관광지로, 대다수의 관광객이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건축주는 이들이 제주에서 충분히 자연을 느끼고 나서 일일시호로 들어왔을 때, 온전히 휴식에 집중하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차분하고 단정한 공간을 원했다.
건축주가 처음 설계를 의뢰할 당시, 본동은 이미 지어진 상태였다. 렌탈하우스의 주거공간으로 쓰일 본동의 주변 상황이 어수선하고 원하는 조망이 나오지 않아 고민을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파빌리온을 새롭게 제안했다.
파빌리온은 실내 공간 없이 실외 공간만으로 구성된 건축물로, 외부의 어수선한 환경을 적당히 가리는 역할을 하기에 적합했다. 마당을 활용할 때에도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었다. 여기에 건축주가 제주에 오기 전 서울에서 운영했던 공유주방 ‘도시산장’ 콘텐츠를 연결해 외부 주방을 마련해 집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파빌리온을 본동과 수평으로 배치하고 터널로 두 공간을 연결했다. 거실에서는 마당을 지나 반대편 파빌리온을 보면서 여유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하였고, 파빌리온에서는 거실을 수평적인 배치로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러운 고립이 일어날 것을 의도했다.
파빌리온과 본동을 이어주는 터널은 마당과 외부에서 가려지면서 파빌리온과 안방을 이어주는 중간적 역할을 한다. 두 공간을 향한 방향성과 연결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안으로 머물 수 있도록 의도했다.
재료는 그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하여 콘크리트를 노출로 마감하고, 장식을 최대한 배제했다. 단순히 공간의 흐름과 덩어리, 시선에 집중하고자 모든 건물은 긴 형태를 갖추도록 했다. 자연과 주거의 중간에서 적절히 비워진 공간을 구성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