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현경 글 & 자료. 리슈 건축사사무소
맥락과 조건
통영의 한적한 바닷가의 땅이다. 남쪽으로 산들과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보이고 12미터 높이 차가 있는 경사진 지형이다. 건축주는 학교 선생님으로 몇 년 후 은퇴를 앞두고 본인이 거주하면서 농가형 펜션을 운영하고자 했다. 풀장을 둔 펜션으로 작지만 편안하고 다양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다. 본인 집은 작고 마당을 둔 집으로 펜션과는 분리된 위치를 원했다. 바다풍경과 집의 관계, 그리고 일상과 탈 일상의 관계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물으며 시작했다.
지형이 만드는 건축
경사 지형의 조건에서 얻어낸 지그재그 형태는 대지가 가진 힘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바다풍경과의 관계에서 조직돼 대지 전체에 다양한 장소를 생성하고 있다. 12미터 높이의 지형은 층별 프로그램의 분리와 함께 층층이 테라스가 생기고, 비틀어진 자연 지형의 선형은 층층의 매스가 틀어져 지그재그의 형태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 그러면서 생성된 매스들 사이의 공간과 테라스는 건물의 내부와 외부가 스며들 듯 합쳐져 경관과 통합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건축과 풍경의 경계
건축은 풍경화되고 풍경은 건축화되는, 둘의 중간 경계점 같은 이 건축은 지형을 따라 오르내리며 차이가 발생하는 특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즉 어떤 곳은 수축돼 풍경을 담는 강한 시선의 응집력을 가진다면, 어떤 곳은 펼쳐져 풍경과 관계 맺는 힘이 확장된다.
주목할 것은 여행이라는 탈 일상과 지형이 만드는 다양한 레벨의 공간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그 공간은 다양한 사건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되었다. 거주로써의 일상과 여행의 탈 일상이 새로운 관계로 조직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일상 속 탈 일상의 집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하게 된다. 집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집은 일상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일상의 의미를 다양하게 소통시키는 매체로서 존재하기를 원한다. 지형과 풍경 속에서 건축은 주인과 손님으로 일상과 탈 일상으로 끊임없는 해체와 새로운 조직으로 탈주하는 집이 된다. 이렇게 수 많은 의미를 소통시키면서 시간에 의한 축적된 기억으로 건축은 의미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